25 너는 황홀한 꽃이었고, 쓴 독이었고

사랑을 끝낸 모든 이들을 위해

by 유선미

너는 황홀한 꽃이었고, 쓴 독이었고...



새벽에 또다시 잠이 깨었다. 까무룩 저녁에 잠이 들었다가 새벽녘에 몰려오는 슬픔과 공허함으로 문득 눈을 뜬다. 그러다 어김없이 너를 떠올리면, 낡은 내 일기장 위에 글자들이 쏟아져 내리고, 펜 끝은 흔들리며 바삐 움직이고, 눈시울은 뜨거워지고 목울대는 무언가 막혀 숨쉬기가 버겁다.


그런 아침들이 자주 찾아온다. 너를 보내고 난 후에. 사실, 별반 달라진 건 없는데, 매일 출근하고 같은 일을 반복하고 즐겨 찾던 식당에 가서 좋아하는 메뉴를 골라 밥을 먹고 그리고 친구들과 수다를 떤다. 하지만 밤이 내려오고 동이 트기 전, 고요함 한가운데 놓이면 나는 놓쳐버린 너를 생각한다.



사실 놓쳐버렸다는 말은 성립되지 않는다.

처음부터 잡을 생각조차 없었으니까.


그냥, 잡을 수 없는 것 앞에 서서
희미해져 가는 것을 지켜보았을 뿐이다.


시간과 기억 속으로 사라져 버린 것들은 많다.


내가 아껴 입던 잃어버린 검은색 스웨터, 어릴 적 예뻐하던 강아지 미키, 중학교 때 제일 친했던 얼굴이 동그란 현주, 무뚝뚝하게 사랑을 해주시던 부모님. 모두 마음속 별이 되어 반짝인다.


좋은 것과 나쁜 것의 구분은 사라지고, 시간을 통과한 추억과 기억들은 말없이 빛나기만 한다. 사랑이었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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