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에 가장 간절히 잡고 싶었던 행운
- 유선미
겨울은 추워야 제맛이고, 여름은 더워야 여름답습니다.
사랑이 뜨거워야 하듯, 이별 또한 사무치게 슬퍼야 마땅하겠지요.
눈이 펑펑 쏟아지는 밤, 나는 그리움으로 사무치게 아팠고 추웠습니다. 지금 이별이라는 긴 의식을 온몸으로 겪어내는 중입니다. 언제나 그리운 당신의 얼굴도 시간 속에서 조금씩 바래지겠지요.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날도 마침내 도착할 것입니다.
다행입니다. 당신을 놓아 보낸 계절이 겨울이라, 추위 뒤에 숨어 마음껏 떨고, 아파할 수 있어서. 나를 지켜주겠다던 당신의 약속은 역설적으로 이별을 통해 지켜졌습니다. 그러니 내가 다시 당신을 찾는 일은 없어야겠지요. 그것이 당신에 대한 예의일 것입니다.
우리는 사랑이었을까요.
분명 사랑이었을 겁니다.
서로를 그리워했고,
말없이도 서로의 마음을
읽어낼 수 있었으니까요.
유난히 당신 생각으로 뼛속까지 떨리는 날, 소파에 기대어 잠시 눈을 감습니다. 따뜻하게 데운 두유 한 잔에 마음의 냉기는 서서히 녹아내리고, 문득 '다행이다'라는 단어가 다 비워낸 잔 안으로, 툭 떨어집니다.
나의 생에 가장 간절히 잡고 싶었던 행운은, 당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