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좋아한다고 말하면서도 계산부터 할까
발바닥을 보여 드릴게요
그건 당신을 좋아한다는 말이에요
배를 뒤집어 보여 드릴게요
그건 당신을 믿고 있다는 뜻이에요
당신 앞에 가만히 누워 있을게요
그건 당신에게 하는 프로포즈예요
제 집사가 되어 주시겠어요?
고양이의 사랑은 단순하고 투명하다. 사람처럼 복잡하지도, 계산적이지도, 헷갈리지도 않는다. 좋아하면 다가오고, 싫으면 돌아선다. 발바닥을 내어 보이는 일, 배를 뒤집고 눕는 일, 말없이 곁에 앉아 있는 일. 그 모든 행동이 곧 마음이다. 숨기지도, 돌려 말하지도 않는다. 그저 고양이의 행동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건지, 싫어하는 건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너, 나 좋아하지?'
이렇게 쉽게 내려지는 결론은 고양이이다.
왜 인간은 고양이 같을 수 없는 걸까. 사랑마저도. 사랑하지만 조건을 따지고, 현실을 이유로 사랑을 놓아버린다. 이런 면에서 인간은 독하다. 고양이는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사랑했던 사람과 이별한다. 그리고 그 냄새를 오래 기억해낸다. 사람은 고양이 발톱보다 더 독한 배신으로, 끝내 낫지 않는 생채기를 남긴다. 그 수많은 이별의 이유는 우습게도 현실과의 타협이다.
고양이는 지금을 사는 동물이라, 영원을 생각하지 않기에, 아니 고양이의 영원은 지금 이 순간이기에 진실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지 않고, 짧지만 깊게 하는 사랑. 그에 비해 사람은 지금이 아니라 항상 미래를 꿈꾸기에 두려운 것이 많고 계산기를 먼저 돌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내일을 위해 오늘을 놓치는 어리석음을 깨닫지 못하고 말이다.
가끔은 내가 고양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랬다면 어느 허름한 담벼락 아래에서, 비릿한 생선 토막 하나 입에 물고 아무 걱정 없이 너와 웃고 있었을까. 그런 실없는 상상이 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