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것들 01
내가 사랑하는 것
고양이, 강아지는 귀엽고 꽃은 예쁘고 하늘과 바다는 아름답다. 하지만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것은 나무이다.
바람에 일렁이는 나무들의 모습이 가장 보기 좋고 나뭇잎이 바람에 부딪힐 때 내는 "사르르, 사르락 웃음소리도 사랑스럽다." 그 모습에 반한 나는 한참을 멍하니 바라본다. 물론 나무가 항상 웃는 것은 아니다. 비가 오거나 폭풍이 불 때면 '우웅우웅' 우는 소리를 내기도 하며 거센 바람을 버거워하기도 한다. 그런 날이면 방 안의 불을 꺼 놓아도 창 너머 보이는 모습이 안쓰럽다.
나무의 가장 중요한 본질은 수다스럽지 않으며 늘 거기 제자리에 있어 준다는 것이다. 바람이 불어도, 사랑하던 새가 머물다가 떠나가더라도, 더워도 추워도 늘 그 자리 그대로이다. 이에 비해 사람의 마음은 시간에 따라 "오르락내리락, 춤추듯 움직인다." 어제의 마음이 오늘도 같을까? 일 년, 십 년이 지나도 같은 마음일 수 있을까? 오늘 아침 내가 사랑했던 사람을 저녁에는 미워할 수 있는 것이 사람이다.
세상은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바뀐다. 그래서 나는 내 곁에 나무 같은 사람을 두고 싶다. SNS 속에서는 쉽게 사람을 만나서 금방 친구가 되기도 하지만 버리고 잊는 것도 쉬워졌다. 버튼만 누르면 차단이나 삭제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에게는 나무처럼 변함없는 존재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나는 모든 것이 느리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도 소중했던 것을 떠나보내는 것도 남들보다 오래 걸린다. 그래서 가끔은 빨리 달리는 세상이 버겁기도 하다. 하지만 나무는 참을성 있게 느린 내 이야기를 모두 들어주고 나의 편이 되어 준다. 수다스럽게 대화하지는 않지만, 내가 바라보는 것처럼 항상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나무라고 왜 고통이 없겠는가? 씨앗으로 땅에 뿌려져 뿌리를 내려야 하는 고통, 성장하고 그리고 죽는 과정은 우리와 다르지 않다. 봄에는 찬란한 꽃을 피우고 여름에는 초록색 나뭇잎과 그늘을 내어준다. 그리고 가을이 되면 성숙한 단풍으로 피어나고 겨울에는 모든 것을 버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그 모든 시간이 인내와 성장의 과정이다. 그래서 나는, 성장하기 위해 참고 인내하는 나무를 사랑한다.
오늘도 나무들이 바람을 안고 나에게 웃어 준다. 바람을 타고 나무의 목소리도 함께 불어온다.
"행복한가요?"
"네, 당신은요?"
나도 나무를 향해 조용히 인사를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