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시선 (feat. 아이)
-500일 아이가 부리는 마법-
아이와 카페에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다.
17층
16층
15층
한 할아버지가 타신다.
무표정으로 서 계셨던 할아버지께서는 아이를 보자마자 미소를 지으시며 엘리베이터를 타셨다.
“안녕”
아이와 눈이 마주친 할아버지는 인사를 건네셨다.
아이는 웃기도 하고 휘휘 손을 흔들며 아이만의 인사법을 선보였다.
“몇 살이니?”
“한 살이에요.” 언제나 아이의 대답은 엄마의 몫이다.
1층에 도착했다.
“안녕히 가세요.”
서로 웃으며 인사를 주고받은 뒤 엘리베이터를 내렸다.
나 혼자 엘리베이터를 탔더라면 할아버지와 인사를 하지 않았거나 혹은 아주 간단한 고개 숙임 정도의 인사만으로 그쳤을 것이며 엘리베이터 속 시간은 꽤나 길게 느껴졌을 것이다. 아이와 함께하니 어색함 대신 웃음이 가득 찼고 1층까지 내려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짧게만 느껴졌다.
카페를 향해 걸어갔다. 반대편에서 많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갔다.
반대편에서 걸어오시는 한 아주머니가 활짝 웃으셨다. 좋은 일이 있으신가?
처음 보는 아주머니가 미소를 보이는 대상은 바로 우리 아이였다. 아이를 향해 손을 흔드시고는 "안녕" 인사를 하셨다. 아주머니께서 웃으며 다가오시니 나도 미소가 저절로 지어졌고, 간단한 인사를 주고받은 뒤 각자의 방향으로 스쳐 지나갔다. 나 혼자 카페를 가는 길었다면 아무 인사 없이 무심코 지나갔을 것이다.
카페에 도착했다.
아이와 함께 자리를 잡고 앉았다. 옆 테이블에는 공부하는 여자분이 계셨다. 어쩐지 가만히 앉아 있지 않는 아이가 방해가 될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다 아이와 여자분이 눈이 딱 마주쳤는데, 그 여자분은 환한 미소로 아이를 향해 인사를 건네셨다. 이리저리 움직이는 아이가 방해가 될까 죄송스러운 마음이 컸는데 오히려 웃어주시니 마음이 사르르 녹았다. 그 후로도 몇 번이나 아이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그분은 미소를 지으시며 손을 흔들어 주셨다.
아이와 함께 길을 가거나 어느 장소에 갈 때면 많은 사람들과 마주한다. 아무 웃음도 없이, 어떠한 대화도 없이, 그냥 지나쳤을 사람들.
담담한 표정의 사람 혹은 무표정으로 길을 걷던 사람이 갑자기 환한 미소를 짓는 순간.
‘처음 보는 저 사람은 저렇게 예쁜 미소를 지녔구나.’를 깨닫게 되는 순간.
내가 혼자 걸어가던 세상은 참 차가웠는데, 함께 걸어가는 아이의 눈길이 닿으니 세상이 따뜻한 온기로 가득 찬다.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무미건조한 무채색이었는데, 내 손을 잡은 아이가 보내는 미소에 세상은 본연의 다채로운 색으로 번져 나간다.
500일쯤 된 아이가 부리는 마법이 일어나는 순간이다.
모르는 사람의 웃는 얼굴을 보는 것은 쉽지 않으며, 특히나 처음 만나는 사람과 인사를 주고받거나 간단한 대화를 시작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란 걸 알기에,
우리가 함께 웃는 그 순간들을 마주할 때면 참 행복해진다.
미소를 짓는 것만으로도, 웃으며 “안녕”인사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지니까.
이 여유로운 마음이 남은 하루를 좀 더 따뜻하게 보낼 수 있게 하니까.
잔잔한 호수에 일렁이는 잔물결처럼
담담한 세상에 여유를 건네는 아이의 미소가 참 좋다.
이 여유가 나를 넘어서 처음 보는 다른 사람에게, 우리 모두에게 전해지는 마법 같은 순간이
나는 참 좋다.
500일 아이가 부리는 마법의 순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