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시선 (feat. 엄마)
-사라진 딸-
언제부턴가 육아를 할 때면 문득 엄마가 떠오른다.
‘우리 엄마도 나를 이렇게 키웠겠지’라는 생각 때문일까.
가장 좋은 건 항상 아이 먼저, 나는 못 먹어도 아이 밥만은 꼭 챙기고.
아픈 아이가 울 때면 가슴으로 더 크게 울며 내가 대신 아파해 줄 수 없음에 애달아하면서.
육아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자꾸만 흐려져 가는 나 자신과는 다르게 점점 뚜렷한 색깔로 커 나가는 아이를 보며 안도를 내쉬고.
자는 아이의 얼굴을 보면 육퇴의 해방감보다도 오늘 하루 더 잘해주지 못함에 묵직한 미안함을 느끼는.
‘힘들다’라는 말이 지니는 힘듦보다 훨씬 더 힘든 육아의 시간을 보내면서도 아이 웃음 하나에 모든 걸 녹여내 버리는 삶.
모든 것을, 모든 일상을 나를 위주로 흘려보내며
우리 엄마도 나를 이렇게 키웠겠지.
내가 엄마가 된 이후로, 엄마의 딸로서의 나는 자꾸만 흐려져 갔다.
내 아이에게 보내는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우리 엄마를 바라보지 않았고,
아이에게 쉬이 해주는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도 엄마를 향하기란 쉽지 않았으며,
아이를 꼭 안아주는 만큼 엄마를 안아주는 게 왜 어색해진 걸까.
그거면 엄마는 충분할 텐데.
언제부터인가 내 아이에게는 매일 하는 일상적인 표현들이 엄마한테는 어쩌다 하는 특별한 표현이 되었다.
하루하루, 내가 엄마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엄마 생각은 더 많이 날 것이다.
‘우리 엄마도 나를 이렇게 키웠겠지’라는 생각.
그럴수록 더 많이 표현해야겠다.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나는 내 아이에게 좋은 엄마가 되기 이전에 좋은 딸이 되고 싶어졌다.
사라진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