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일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었다

딸의 시선 (feat. 엄마)

by 해봄





-내 생일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었다-





오늘은 내 생일. 꽃을 한 다발 산다. 가능하다면 노란 프리지어를 넣어 주문한다. 엄마는 향이 오래가는 프리지어를 좋아하신다. 꽃다발의 주인은 바로 우리 엄마다.


그동안 내 생일에는 오롯이 ‘나’만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 그 과정 속에서 엄마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았다.


때문에 단 한 번도 내 생일의 주인공을 의심해 본 적이 없었다. 내가 주인공인 게 당연했고, 축하를 받는 게 익숙했으며, 나의 기분과 취향 중심으로 돌아가는 생일이 아주 자연스러웠다.


출산 후 처음으로 맞이한 내 생일날,

오늘은 자꾸만 나를 낳아준 엄마의 모습이 떠올랐다.


‘내 생일’이라 불리는 ‘내가 태어난 날’.


이때부터였을까.

엄마의 시간에서 주인공은 늘 ‘나’로 변했던 순간이.

엄마의 앞날은 모든 것이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바뀌어 버린 순간이.


마치 ‘당신의 앞날’을 꽃말로 지닌 프리지어처럼.


내가 태어난 그 순간 이후로,

엄마는 더 이상 엄마를 위한 축하의 말을 들을 수 없었고, 딸의 생일을 챙기느라 엄마의 행복은 뒷전이 되었다.


주인공 역할에 흠뻑 취한 나는,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면서 엄마의 울음을 감춰버렸고, 케이크의 초를 불면서 엄마의 아픔도 날려버렸다.


내 생일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었다.


주인공 자리에 앉아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축하, 박수를 받으며 건강과 행복을 기원받는 주인공은 내가 아니라 나를 낳아준 엄마가 되어야 마땅했다.


해마다 어버이날이 되면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드렸지만,

이는 카네이션 바구니에 둘러진 리본처럼 톡! 하면 풀어지는 아주 얕은 한 문장에 불과했다.


앞으로는 돌아오는 내 생일마다 엄마를 위한 꽃을 주문하기로 다짐했다. 꽃다발의 리본을 한 번 더 꾹 잡아당긴 후에야 건네어 드려야겠다.





“내 생일의 주인공은 바로, 엄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