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선 (feat. 나)
-핸드백-
아이가 태어난 후, 병원에서 3일, 조리원에서 2주.
집으로 돌아와서 처음으로 외출하는 날은 아이 검진하러 병원 가는 날이다.
오랜만에 외출이니 나름 좋아하는 옷을 꺼내 입고, 늘 선크림까지만 바르다가 오늘은 특별히 한 단계 더 나아가 쿠션까지 두드려본다. 생기를 불어넣어 줄 립스틱까지 가볍게 톡톡 바른 뒤, 좋아하는 가방을 꺼내 휴대폰 챙기고 화장품 파우치까지 넣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 남편과 혹은 친구들과 외출하는 느낌이 들어 살짝 신이 난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부터는 한동안 아무 외출도 못하고 있던 터였다. 하루 24시간이 오직 아이의 수유텀과 수면텀에 의해서만 돌아가며, 어제가 오늘이고 오늘이 내일인 것처럼 똑같은 일상이 반복된다. 아침과 저녁, 낮과 밤의 경계가 참으로 모호하여 아침에 씻거나 저녁에 씻는다는 나만의 루틴 따위는 사라진 채, ‘씻을 수 있는 틈이 났을 때 무조건 씻는다’는 새로운 규칙이 생겨났다.
외출을 위해 화장을 한다는 것은 가끔 귀찮게도 느껴졌던 당연한 한 세트였는데 지금은 내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호사가 되어버렸다.
이런 일상 속에 외출이라니 설레지 않을 수 없다. 살랑살랑 피어나는 신나는 마음을 가벼운 발걸음에 실은 채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
“아기 수첩 챙겼지?”
친정 엄마의 질문에 머리가 번쩍! 한다.
아차차. 아기와 함께 하는 외출이었다. 나 혼자 나가는 외출이 아니라 아기 검진을 위한 외출인 것을 어느 순간부터인가 잊고 말았다. 설레는 마음에 꿈틀거리던 내 입꼬리가 무겁게 내려온다.
가방 다시 챙기자. 아니 가방부터 바꾼다.
많이 들어가고 아주 가벼운 쇼퍼백으로. 가방을 열고 하나씩 넣어본다.
아기 수첩, 기저귀, 손수건, 물티슈.
맞다. 나는 이제 아기 짐으로 가득 찬 가방, 일명 ‘기저귀 가방’ 들고 다니는 어엿한 ‘엄마’였다. 나를 위한 핸드백이 아닌 아기를 위한 짐을 챙긴다는 것이 아직은 낯설기만 한 엄마.
조리원에서 아기를 데리고 집으로 오던 때와는 달라져 버린 계절처럼, 나도 어느덧 자연스럽게 ‘엄마’로 변해있었다.
'기저귀 가방'을 든 어엿한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