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한 사람을 위한 글을 다시 끓이는 이유

좋아하던 것이 무거워질 때, 나는 잠시 멈췄다가 다시 시작한다

by 정써니

잘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좋아했던 마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오늘, 다시 시를 씁니다.

한 사람을 위한 요리처럼

한 사람을 위한 글을 씁니다.


많이 먹이려 하지 않고

화려한 상차림도 욕심내지 않습니다.

마주 앉아 있는 자리에서

천천히 씹을 수 있으면,

속이 불편하지 않으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믿으며

글을 올립니다.


글이 좋아서 쓰다가

글을 쓰는 일이 좋아서

하루를 견디고,

마음을 정리하고,

내일을 미뤄보기도 합니다.


그런데 가끔

문장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제동이 걸립니다.

단어는 많은데

손이 멈추고,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이런 걸 매너리즘이라 부르는 걸까요.

아니면

너무 진심이어서

잠시 쉬어야 하는 순간일까요.


그렇게 좋던 글쓰기가

어느 날 갑자기

어렵고 무겁게 느껴질 때,

나는 가장 쉬운 선택을 합니다.


좋아하는 걸

잠시 중지하기.


억지로 쓰지 않기.

잘 쓰려 애쓰지 않기.

괜찮은 척하지 않기.


그러다 문득,

한 사람을 위한 글이

메아리치듯 한 사람에게서

되돌아옵니다.


“요즘 바쁘세요?”

“잘 지내시죠?”


아무 특별할 것 없는

그 한 문장에

백지 같던 마음이

천천히 해석됩니다.


아,

이런 이유가 있어서

내가 멈췄던 거구나.

이러한 사유로

다시 건네기 위해

잠시 말을 아꼈던 거구나.


그 순간

설명되지 않던 감정들이

시가 되어 남습니다.

의미를 붙이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전달된 문장으로.


그래서 오늘,

다시 글을 써야 하는

이유가 생깁니다.


잘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좋아했던 마음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한 사람을 위한 요리가

다시 불 위에 올라가듯,

한 사람을 위한 글도

오늘은 다시

천천히 끓여봅니다.



글을 멈춘 게 아니라

마음을 식히고 있었던 거라

이제야 알겠습니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