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가족이라는 이방인

머물고 있으나 소속되지 못한 사람

by 정써니

가족 안에 있지만

끝내 편이 되지 못한 사람의 자리,

말하지 않아서 모르는 게 아니라

말해도 번역되지 않는 사람



밑바닥의 감정은

깊어서가 아니라

너무 많아서

건져 올릴 손을 고르기 힘들다.


하나를 잡으면

열이 따라 나오고

어느 쪽도 거짓이 아니라

차마 선택을 못 한다.


그래서 나는

쓰지 못한 게 아니라

지나치게 알고 있어서

자주 멈췄다.


이야기를 풀 장소도

늘 애매했다.

여기서 말하면 과해 보일까,

저기서 말하면 오해가 될까.


결국

아무 데도 아닌 곳에

나를 접어 두는 일이

가장 안전해졌다.


사람들은

그걸 평안이라 부른다.

말이 없고,

표정이 흐트러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하지만 평안은

아무 일도 없다는 뜻이 아니라

일어난 모든 일을

혼자 정리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나는

드러내지 않았을 뿐

숨기지도 않았다.

다만

나를 함부로 읽히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그래서 지금도

조용히 서 있다.

아웃사이더처럼 보이지 않게

아웃사이더의 자리를 정확히 지키며

시인이 아니라

사람으로 숨 쉬는 시간을 보낸다


이건 무너짐이 아니라

잠시 덮어두었던 문을 연 것

가족 안에서는 늘 감정을 ‘시처럼’ 다듬어야만 했던 사람의 피로를 고백해 본다


가족이라 불리지만

언제나 설명이 필요한 존재는

이미 정해진 관계 속에서

늘 덧붙여진 사람이었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