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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란이 Apr 07. 2021

저도 우울하기 싫은데 마음대로 안되네요.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한다. 난 언제부터 우울을 잘 느끼는 사람이 돼버린 걸까? 아니 그냥 원래 우울한 사람인 걸까?

당연히 언제부터인지는 알 수 없다. 우울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다른 감정에 비해 더 크고 깊게 잘 느낀다 생각하고 인정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10대 때와 20대는 그저 이런 감정이 생겨버리면 그 감정에 굴복해서 하루 종일 우울과 불안에 휩싸여있거나 혹은 이런 감정이 드는 내 정신상태가 약한 줄 알고 긍정에 관한 명언 , 긍정적 사고를 하는 방법에 관한 책 등을 읽으며 억지로 이 감정을 지우거나 부정하려 했다.

‘나는 원래 엄청 긍정적인 사람인데 그냥 살다 보니 이런 감정이 생긴 거야. 나는 긍정적인 사람이 될 수 있어!'라는 생각을 하며 ‘우울과 부정, 이 두 가지 감정에 관해 말해보시오.’  하면 보편적이고도 일반적으로 고정되어있는 ‘나쁜 감정, 얼른 빨리 지워버려야 하는 감정’인 줄 알았다.


오랫동안 마음에 품고 있던 꿈인 일러스트레이터를 한다고, 20대 중반 회사도 안 다니고 그나마 벌어놓은 작디작은 돈도 다 떨어져 가니 마음이 불안해지고 초조해져서 정말 우울하고 불안한 시기를 잠시나마 보내었다. 더 이상 생활고 아닌 생활고(?)와 부모님이 계신 고향으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정말 크고 완고했기에 취업이 간절해졌고 역시나 이 시기에도 우울과 긍정의 감정을 엄청나게 왔다 갔다 했다. 취업 시기에는 '모든 좋은 생각을 해야 일도 잘 풀릴 거야.'라는 긍정의 마음을 믿어보자며 긍정 모드로 바뀌어 20대 후반 항상 웃고 다니고 그래 이 문제도 별일 아닐 거야 하면서 괜찮다 생각하며 덮어두니 내가 긍정적인 사람으로 변모한 줄 알았다. 그런데 사실 이건 나의 우울과 긍정의 계속되는 사이클이다. 이런 사이클도 익숙하다. 이렇게 한없이 긍정적으로 생각하더라도 내가 억지로 묻어두고 꺼내보지 않았던 우울의 감정은 ‘왜 이제야 날 찾았어!’ 하며 불길같이 나를 또 덮을 때가 있다.

앞서 말했듯이 항상 이런 사이클의 반복이었다. 30대 초가 되어도 내 감정의 변화는 다를 게 없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울의 감정을 피하기보단 직면해보자 싶었다. 사실 우울해지면 부정적인 생각도 엄청나게 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게 나쁜 감정이라고 피해버리니 그 피해버린 시간 보더 항상 더 큰 우울이 찾아온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인정해보자 싶었다.


‘ 우울하기 싫은데 우울한 걸 어째라고. 우울도 행복처럼 감정의 일부인걸.’


그래서 오늘부터 우울과 부정에 관한 생각이 들 때마다 그냥 인정하고 글을 적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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