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사용하는 물건, 옷, 그리고 심지어는 몇 달 전 다녀온 바르셀로나 여행에서 곱게 포장해 온 오리 모형 포장지까지 그곳의 향기와 그때 그곳에서 느낀 여행의 설렘이 남아있는 듯하여 버리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다.
내가 몰고 있는 차는 이름마저 있으며, 이름 없는 물건들도 토이스토리처럼 물건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도 아닌데 나만의 애정으로 마치 그들에게 생명이라도 부여한 듯이 무언가 정이 들고 만다.
종종 있다는 애착잠옷들. 나는 지금 그 애착잠옷이라 불리는 티셔츠는 이미 목 부분은 두 갈래로 천이 나눠져 있고 등은 수십 개의 작은 구멍들과 물론 앞모습에도 몇 개의 구멍이 있으며 누가 봐도 걸레로 볼정도의 티셔츠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처음 이 티셔츠를 살 때부터 그래픽이 마음에 들었고 하늘하늘한 티셔츠의 천이 마음에 들었다.
처음부터 마음에 들었던 그 마음 때문인지 그냥 버리지 못하겠다.
처음에는 그냥 내가 잘 버리지 못하는 타입이라서 그런 거구나 싶었는데, 문득 그 이유를 곱씹어보니 아마도 내가 사용하는 물건들에는 각자의 이름과도 같은 나의 기운들이, 혹은 그때 느낀 감정, 추억들이 곧곧에 배어 있는 것만 같아 더 그런 것 같다.
내 손길이 닿고, 내 애정이 닿는다는 것은 참 따뜻한 일인 것만 같다. 그래서 내가 모든 것에, 나와 가까이 있는 것들에게 정을 주는 이유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