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시간이 지나고. 이제는 조금이나마 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수업 준비는 하지도 못하고 업무에 쫓기다 보니 수업을 하면서도 업무에 대한 생각으로 집중하지 못해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 뿐이었다.
시를 배우고 있는데, 녀석들. 아직까지 새 학기라 그런지 너~무 조용하다.
그나마 5반은 조금 활기차고 대답도 곧잘 하곤 한다.
“배추의 마음”을 수업하면서, “배추벌레”에 대해 적나라하게 설명하는 내 말에 아이들은 경악하면서 소리를 지러댔다.
얘들아~!
샘은 말이지 개인적으로 뱀이나,
지네 같은 것도 싫어하지만,
이렇게 꿈틀거리는
배추벌레 같은 것도 정말 싫어.
혹시 본 적 있니?
네~!
초록색이에요~!
맞아 .
표피는 말랑말랑해서
속이 보일 듯 하고,
거기에 꿈틀거리면 주름이 잡히지?
보일 듯 말 듯한 다리도
어찌나 징그러운지 말야.
우엑~~!
거기에 말야.
어쩌다 잘못해서 터진 거 봤니?
그거 보면 정말 장난 아냐~!
쌤!
다음시간에 밥 먹어야 하는데
그런 얘기 하면 어떡해요.
밥 맛 좋겠지?
히히히~
이렇게 사랑할 수 없는(?) 배추벌레를 품어주는 배추의 마음에 대해 한참동안 이야기 하는데 갑자기 한 녀석이 질문했다.
쌔앰!
배추벌레는 배추만 먹어요?
순간 나도 정확히 몰라 당황했다. 하지만 뭐...배추만 먹으니깐 배추벌레겠지 뭐.
(약간 자신없는 목소리로)
응..그러니깐 배추벌레지.
내 대답에 아이들이 갑자기 술렁이더니 다른 녀석들이 또 이야기 했다.
집게벌레는 집게만 먹겠네요?
맞다, 그럼,
바퀴벌레는 바퀴만 먹겠네요?
(ㅡ.ㅡ;)
우와~~ 쌔앰~!
그럼....
무당벌레는 무당만 먹겠네요?
무당들 불쌍하다!!!
오.마이. 갓!
할 말이 없다.
근데, 너무 웃겨서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아이들은 이미 웃고 나서 수업을 할 준비가 되어있는데도, 난 웃음이 수습이 안 되어 책으로 얼굴을 가리고 계속 키득거렸다.
역시...이 녀석들이 내 삶이 비타민이야.
얘들아! 이제 수업준비 열심히 할게^^
2005.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