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만남

by 친절한 햇살씨

어제 저녁, 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식당으로 외식을 하러 갔다. 평소에 갔을 때는 평일에는 한가했고, 주말에는 홀이 꽉 차도록 복잡했던 식당. 그런데 어제는 모든 테이블이 다 차고 한 테이블만 비어 있었다.


알바생들은 많은 손님들의 요구사항을 해결하느라 뛰다시피 서빙을 하고 다녔고, 고기를 굽는지라 에어컨이 빵빵하게 켜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내는 찜통같이 더웠다.


뜻밖의 만남

포크 2개, 양념장 3개를 더 달라는 주문에도 소식은 감감. 게다가 우리는 5명인데 의자가 4개밖에 없어서 지나가는 알바생을 불러서 의자 하나를 더 놓아 달라고 부탁했다.


남편 옆에 의자를 하나 더 놓아준 알바생이 갑자기 나를 보며 묻는다.



선생님이시죠?


내가 아무 말도 않고 있자 또 말한다.



선생님 맞는데…?



아무리 봐도 처음 보는 얼굴이다. 당황스러웠다.



어...저...그.런...데.요.???


내 대답을 들은 알바생은 씩~웃으며 말한다.


맞아요!
그럴 줄 알았어요!


처음부터 선생님인줄 알았어요!


그러나, 도무지 생각나지 않아 물었다.


혹, 00중?


아니요! 전 **중 나왔구요.
00고등학교에서 샘 만났죠.
00과요! 저 00이에요!


이름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아! 1반???


나의 아는 척에 J는 기뻐하며, 돼지껍데기를 좋아하시느냐 묻더니, 다시 손님들을 살피며 정신없이 테이블 사이를 바쁘게 오갔다.


이름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1반이라는 말이 튀어나왔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름과 현재의 얼굴이 매치가 되질 않았다. 고기 맛이 어떤지도 느낄 새도 없이, 2014년으로 기억을 더듬고 더듬어 올라갔다.



무기력했던 아이, 열심히 사는 모습 만나다

3년 전. J.


'J의 이름이 익숙한 걸 보면, 분명 조용한 아이는 아니었을 텐데, 왜 지금의 얼굴과 매치되는 얼굴이 떠오르지 않지?'


한참동안이나 혼자 기억해내려 끙끙거리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2014년의 J 모습이 떠올랐다.

맞다! 1반의 반장이었던 그 아이.


야무지긴 했지만, 공부에는 관심이 없어서 늘 담요를 쓰고 엎드려 있곤 했던 아이. 근데 왜 내가 못 알아봤지?


고기를 먹으며 분주하게 오가는 J를 유심히 살펴보니, 3년 전에 비해 키도 크고 덩치도 더 좋아졌다. 그리고 결정적인 것은! '쌍커플'이 생긴 것!


이미지가 많이 달라져서 내가 못 알아본 것이었다.


식사를 하는 동안 몇 번이나 와서 불도 봐주고, 돼지 껍데기도 몇 점 더 올려주고 이런 저런 말을 싹싹하게 하는 J.


미용을 했었는데 손을 다친 바람에 간호학원 다니려고 알바를 한다는 말에, 열심히 사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다고 하니 감사하다며 수줍게 웃는 J.


계산을 마치고 멋지게! 열심히! 잘 살라는 이야기를 하며 헤어졌다.


선생님!
언젠간, 또 만날 일이 있겠죠?


이 말을 하며 남편과 아이들에게까지 싹싹하게 인사하던 J의 모습이 하루 내내 눈에서 아른거린다.



J는 나를 어떤 선생님으로 기억하고 있을까?


돌이켜보니 나는, 반장이면서 엎드려 잠만 자곤 했던 J를 깨우는데 꽤 열심이었던 것 같다. 다른 모습보다 '무기력'한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고 해야 할까?


공부가 아닌, 다른 부분들에서는 야무지고 당찬 모습도 있는데 내가 만나는 시간은 '수업'시간이니 J의 숨겨진 장점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


힘들 텐데도 열심히 씩씩하게 일하는 J를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학창시절엔 꿈을 찾지 못해, 혹은 여러 가지 이유들로 마음이 복잡해 공부를 하지 않다가 뒤늦게 꿈이 생겨 공부를 시작하거나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다른 노력들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많이 본다.


또한, 공부는 하지도 않고 말썽만 피우던 아이들이 누구보다 야무지게 사회생활을 해내는 모습도 보곤 한다.


J또한, 학창시절 국어시간엔 무력한 모습으로 잠만 잤지만 어제의 J는 그 식당 안에 있는 다른 어느 알바생보다도 야무진 모습으로 딱 부러지게 일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뭐든 열심히 잘 하겠구나, 앞으로도 잘 살 수 있겠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수업 내내 떠들고 방해하며 수업의 흐름을 깨는 얄미운(?) 녀석들도 10년 후엔 저렇게 의젓하고 멋진 모습으로 살아갈 텐데 당장 지금 설명하고 있는 품사 좀 모른다고, 설명 방법 좀 모른다고 혼내고 다그칠 필요가 있을까? 그냥 그 아이가 가진 장점을 칭찬해주고, 부족한 부분은 품어주면서 격려하고 세워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한 것을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의 미래를 기대하는 교사가 되길

뜻밖의 만남이 내게 많은 생각을 가져다준다.

학생들의 10년 후 모습을 상상하며, 기대하며 바라보기.


나를 웃게 하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힘들게 하기도 하는 몇몇의 악동(?)들도 있다.


아이들마다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자기의 색깔을 알아봐달라며 신호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나는 모두 같은 색깔이길 바라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오늘도 장난꾸러기 악동들을 바라보며, 그들의 10년 후를 상상해본다.


멋진 청년으로 성장했을 그들.


그들과 언젠가 우연히 마주했을 때, 언제나 혼만 내고 인색했던 선생님보다는 장점을 봐주고 작은 것에도 칭찬이 넘쳤던 선생님으로 기억될 수 있기를...


2017.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