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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where Jan 18. 2022

Silverlining in 제주

silver lining in 차귀

일주일 넘게 제주에 있는데 한 번도 노을을 못 봤다.

일몰 뷰 포인트란 곳엘 가 있어도 못 봤다.

구름이 많거나 흐리거나 …..

차귀도 앞에서 오늘은 혹시나 했는데 역시 구름에 덮여 사이로 붉은 햇살들만 새어 나올 뿐 해는 보지 못했다.

구름 사이로 부챗살처럼 뻗쳐내리는 노을빛이 그래도 아름답다. 구름 뒤에서 해가 비쳐 구름 윤곽이 황금 줄을 덧댄 것처럼 빛난다.

silverlining ..

지금은 두터운 먹구름으로 앞이 막힌듯해도, 새어 나오는 빛으로 어딘가로부터 빛이 다가오고 있구나 하고 희망을 갖게 한다는 silverlining.

살다 보면 정말 먹구름에 갇힌 듯한 때가 있다. 돌아보면 어찌 그 시절을 지나왔나 싶은 시간들.

막상 그 순간에는 그저 하루하루, 한 시간 한 시간, 그 순간들을 살고 있었을 따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견디자 극복하자 이겨내자 어쩌자 하는 다짐이나 결의를 하는 것이 아닌.

삶이 다 이러려니 하고 그저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실상 그럴 때는 그 누구의 위로도 충고도 격려도 다 스쳐갈 뿐이다. 진짜 위로도 안 되고 도움도 안되고 힘이 솟지도 않는다.

그저 스스로 살아갈 뿐이다. 섣불리 silverlining 같은 희망도 가지지 않는다.

마치 컨베이어 벨트에 올라선 것처럼 내가 선 시간이 천천히 지나가 그 시절이 흘러가는 것이다.

내가 내 발걸음을 움직여 앞으로 나아간 것이 아니고 내가 딛고 서있던 지평이 움직이듯 그 시간이 흘러가 준 것이다.

구름이 서서히 움직여 가듯이 말이다.


그러고 보면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것은,

그저 사는 것이다.

그 시간 시간을 사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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