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군데 꽃이 피어서ᆢ
올해도 살아서
벚꽃을 보고 있습니다.
사람은 한평생
몇번이나 벚꽃을 볼까요.
- 이바라기 노리코, 봄날의 책 중에서-
지난 일요일 오후 밖에서 돌아오는 길에 집 앞에서 내릴 수 있는 버스를 멀리 천변가까이서 내려 천변을 쭉 따라 걸어왔다.
이제 벚꽃이 제법 피어있다. 아마 서울도 이번 주에 다 활짝 들 피지 않을까.
걸으며 생각했다. 꽃이 피어있는 동안엔 꽃길을 걸으리라.
환한 봄볕에 꽃이 피어나는데 안에서 무얼 한단 말인가.
어제도 걷고 오늘도 걸었다.
오늘은 이른 아침에 가니 하늘이 흐렸었다.
해가 창창히 뜰 때도 가고 밤에도 가서 그 오묘한 벚꽃의 색깔들을 봐야겠다. 확실한 분홍도 아니고 흰빛도 아닌 그 중간 어디쯤에서 무리무리 지어 음영처럼 드리워지는 꽃.
오늘 아침엔 지나며 보니 늘어진 꽃가지들이 마치 꽃우산 같았다.
벚꽃과 개나리가 어우러져 피어있고 이름을 모르는 하얀 잔이파리 꽃들도 같이 피었다.
삼각대까지 놓고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다.
늘 해마다 봄이면 피지만 그 매해 사진을 찍는다.
같은 나무지만 같은 꽃잎이 아니다.
이렇게 같은 나무에서 해마다 새로운 잎들이 무성히 피어나니 나무는 한 해의 잎들을 떨어뜨릴 때 잠시 있다 다시 볼 것을 알겠지만 그 흩어지는 이파리들은 자기들이 가는 곳을 알고 떨어질까.
영원의 눈으로 누군가 우주를 바라본다면 우리도 이 흩어지는 벚꽃 한 잎 같지 않을까.
글을 쓰다 멈췄지만
난 쓴 대로 이번주 매일 꽃을 보러 다녔다.
지인이 가자 해서 곤지암 화담숲에 가서 꽃을 보고ᆢ
이런 식의 정원이나 숲을 좋아하지는 않지만ᆢ
서울에 오랫동안 살았던 그들은 입을 모아 칭찬했지만 미안하게도 내 눈엔 별로였다.
나는 그동안 진짜 자연 속에서 살았구나 싶었다.
만져진 자연은 볼품이 없다.
대신 수선화를 잔뜩 보고 왔다.
토요일인 오늘은 오후부터 비가 예고되어 있다.
아마 이 비에 벚꽃은 다 질 것이다. 벚꽃은 그 잠깐 꿈처럼 피었다가 항상 벚꽃을 지게 하려 일부러 찾아오는 듯한 비바람에 벚꽃엔딩을 한다.
꼭 일주일 정도다.
나는 꾀를 부려 새벽기도 마치자마자 여의도 윤중로를 찾아왔다. 비 예보가 나붙은 주말 이른 아침에 누가 있으리 싶어 왔는데 길 들어서자마자 본 것은 깃발 휘날리는 중국 단체 관광객이다. 뛰는 놈 위에 확실히 나는 놈들 있다.
걷다가 길가에 내어진 의자에 앉아 싸 온 베이글과 커피를 마시며 지는 꽃을 바라본다.
윤중로 벚꽃은 듣던 명성에 비해 기대만 하지 못했다.
작은 나무들이고 차가 지나는 소리가 깔린다.
순천 동천의 그 오래되고 육중한 나무에서 온 하늘을 가려버릴 듯 펼쳐지는 충만함은 쉽게 볼 수 없는 것인가 보다.
섬진강 길고 긴 벚꽃길도 있지만 나는 동천의 그 아름다운 강둑길 벚꽃이 제일 예쁜 것 같다. 벚꽃과 흐르는 물이 아름답게 조화되어 있어서다.
꽃이 핀다고 이렇게 꽃을 찾아다니며 본 적은 처음이다.
마지막 지는 꽃잎을 바라보고 있는 이 시간,
마음이 꽃처럼 나부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