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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where Mar 28. 2022

아일랜드 Bono 그리고 이승윤

 U2 sunday bloody sunday,이승윤 <교재를 펼쳐봐>

언젠가 더블린 시내 횡단보도에서 신호등이 바뀌길 기다리고 있다가 나도 모르게 Danny Boy를 흥얼거렸다.

옆에 서있던 더블린 아줌마가 반갑게 웃으며 나한테 뭐라 말을 했다. 기억은 안 나지만 너 어떻게 그 노래 아니... 이 노래 좋아하니 뭐 그런 내용이었을 거다. 자기 나라의 오래된 노래를 동양인이 흥얼거리고 있으니 반가웠던 것 같다.

어려서 아버지가 술을 한 잔 하시고 돌아오시는 날에는 어김없이 나한테 <암흑동화>를 치라고 하셨다.

친구분들과 같이 오시는 날에도 다들 마루 끝에 걸터앉아 내가 치는 <암흑동화>를 즐겨 듣다 가셨다.

내가 어찌 그 노래를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 노래를 피아노로 칠 줄 알았다. 곡명이 암흑동화라 정말 희한한 제목이다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자라서 보니 그 곡의 제목은 <아! 목동아>였다. 술 드신 아버지들의 발음이 내게는 암흑동화로 들렸던 거다. 일제강점기 때 사범학교를 다니셨던 아버지와 아버지 친구들은 아마 음악시간에 그 노래를 배우셨을 거다. 유난히 음악을 좋아했던 아버지는 술만 드시면 암흑동화를 그리 듣고  또 듣곤 하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금은 내가 <아! 목동아>를 하염없이 듣고 또 듣는다. 원제목은 Danny Boy 혹은 Londonderry air라는데 언제 생겼는지도 모르게 전해오던 멜로디에 누군가 가사를 달아서 부르는 노래다. 단순한 선율인데 그 단순한 음과 음 사이 아름다움이 가득하다.

그 노래 때문인지 나는 막연하게 아일랜드를 동경했다. 영국과의 지난한 역사 속에 한이 켜켜이 쌓인 그 나라의 정서와 여러 예술가 때문에도 더욱 좋아했다.

두 번째 아일랜드로 갈 때, 나는 이번엔 기필코 제임스 조이스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을 다 읽으리라 결심하고 전자북으로 다운을 받아 비행기에서 읽기 시작했다. 어차피 비행기에서 잠을 못 자는 스타일이니 이 책이나 다 읽자 마음먹었다. 생각보다는 잘 읽히는 책이었지만 어쨌거나 다녀온 지 4년이 지나가는 지금 까지도 다 읽진 못했다.

그리고 U2. 내게 아일랜드는 U2의 나라 이기도하다. 특히 U2의 싱어 Bono.

그들의 노래 <Sunday bloody sunday>가 더 절절히 느껴지는 것은 우리가 지나온 굴곡진 현대사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젊어서 보노가 Sunday bloody sunday를 부르는 모습을 보면 가슴에 확 불을 당기는 것 같은 뜨거움이 올라온다. 특히 그 피의 일요일에 죽은 사람들의 이름을 절규하듯 하나씩 부르는 어느 콘서트 장면은 언제나 전율을 느끼게 한다.

그 사건은 Londonderry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영국군이 아일랜드 시민들에게 총을 쏜 것이.

더블린에서 택시기사가 다음 여정이 어디냐 해서 Londonderry라 했을 때 그분은  Londonderry가 아니고 Derry라고 했다. 아일랜드 사람들은 데리 앞에 런던을 붙이는 것을 싫어하는 듯했다. 아일랜드의 북부 도시 데리에서 울린 영국군의 비무장 시민을 향한 총성을 전 세계에 오늘날까지 노래로 울려 퍼지게 만든  U2, 보노.

How long how long must we sing this song.

언제까지, 언제까지 우리가 이 노래를 불러야 하느냐고 절규하듯 노래한다. 거의 40여 년 전 미국 콜로라도 Red Rock 공연장에서 노래한 영상물에 달린 최근 댓글이 눈에 띈다. 38년이 지난 후에도 우리는 하나도 배운 것이 없다. 우크라이나에서 죽어가는 저 사람들을 보라 하는.....


최근 이승윤이 낸 음반 중 <교재를 펼쳐봐>란 노래가 있다.

탕탕탕탕  수 차례 총성이 울렸고 / 난 잠에서 깨었어 / 강의실에 앉아 있었고 수업 중이었어

어제의 총기 난사 사건은 / 오늘의 소재가 되었고 / 교수는 말했지 / 좋은 교재가 될 거야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교재가 있어야 해 / 교재를 만들기 위해선 더 많은 비극이 필요해 /

 너의 비극을 모두가 축복할 거야 /

탄식은 생에 스미기도 전 활자가 돼 있어 / 뼛속에 말을 심은 누군가 낭독해

얼마나 더욱 많은 시련들이 우리를 강하게 할지 / 눈물을 닦고 귀를 닫고 마음대로 치유하고 감사해 /

사실은 나도 똑같아 / 노랫말을 짓는다는 것은 /

너의 비극을 식탁에 꺼내놔 줄래 /내가 멋지게 위로해줘 볼게


우크라이나에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어떻게 이 대명천지에 저런 일이 버젓이 일어나는지, 어찌 저렇게 미사일이 대포가 도시를 공격하고 사람을 공격하는지 보면서도 믿을 수가 없다. 보고 있자면 괴로우니 뉴스를 안 본다. 뉴스를 안 보기만 하면 그냥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나는 살 수 있다. 아주 먼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니까. 회피하고 싶고 모른 체하고 싶은 그러나 잠깐 심각한 표정을 짓는 어떤 지점을 이승윤은 아프게 들춰낸다.

이승윤의 노래처럼 또 한 권의 교재가 만들어지고 있는 중일까. 우리에게는.

왜 교재와 배움이 데이터로서만 쌓이고 삶에서는 생생한 현실화가 되지 않을까.

된다 하더라도 왜 이리 더딘가. 항상....


아프리카 구제에 대한 행보로 노벨 평화상 후보로도 거론된 적이 있고 아일랜드 실업비상대책위원회에 참석해달라고 요청을 받는다는, 락스타로서는 다소 이례적인 보노.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작가 유진 피터슨의 책을 읽고 그를 만나러 미국 어느 시골마을로 찾아간 보노의 영상을 보고 나로서는 더 팬심이 깊어졌달까.

어느 날 누군가 보노의 집 문을 두드려 문을 열었더니 파바로티가 서있었다고 했다. 그저 허울뿐인 자선음악회인가 싶어 거절의 뜻을 표한 그를 설득해 아프리카를 위한 콘서트를 하기 위해 파바로티가 아일랜드 그의 집으로 찾아간 것이다.

그의 전 세계적 영향력은 생각보다 커서 언젠가 타임지에서 "보노가 세상을 구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기사가 나왔다고 한다.

팬데믹이 시작되기 바로 전 늦가을이었나... 우리나라에서 U2 공연이 처음으로 열렸다. 배철수 씨가 U2 공연을 보기 위해 외국으로 다녔던 부심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공연 직전에 문대통령의 초대로 만남을 가졌고 아마 그때 인연으로 다음 해 봄 아일랜드를 위한 진단 키트를 개인적으로 요청했으리라 생각된다.

그때 나는 태어나 처음으로 콘서트라는 것을 가봤다. 아니 두 번째구나.

조용필 콘서트 한번, 그다음 U2.

그때 콘서트에서 이런 자막이 대형 스크린에 한글로 떴다.

 - 모두가 평등할 때까지 아무도 평등하지 않다 -

- 사랑은 그 어떤 것보다 더 큰 거야 -


지난해 아일랜드가 배경으로 나온다는 이유로 어떤 드라마를 봤다. 그 드라마의 ost를 이승윤이 불렀다.

I'm lost.

노래가 드라마보다 멋졌다. 배경이 아일랜드 슬라이고라니... 이니스프리가 있는 곳이다. 이니스프리를 갈려고 슬라이고를 갔었다.


그리고 보면 나는 참 일관성이 있는 사람인 것 같다.

내가 간 첫 번째 콘서트가 조용필 콘서트이고 두 번째가 U2이고 세 번째가 이승윤이다.

이승윤 콘서트에서 옆자리 앉은 분께 라이트 흔들 때 핸드폰의 그 플래시가 맞냐고 묻자 그분이 쉽게 켜는 법까지 알려줬다. 내가 정해진 부분에서 다른 걸 할까 봐 나에게 퍽 신경을 써줬다.

이승윤 공연을 보며 나는 꿈꿔본다. 이승윤이 우리나라의 Bono 같은 뮤지션이 되기를....

내가 파악한 이승윤 성정으로는 팔짝 뛸 것이다. 자기처럼 하찮은 피라미에게 뭘 그렇게 큰 그림을 그리냐고.

꿈도 못 꾸나. 이승윤. 그냥 내가 팬으로서 가져보는 꿈이다.

그리고 이승윤이 이 글을 읽을 일이 없다고 확신하기에 하는 말이다.

그에게서 나오는 많은 이야기와 노래가 <커다란 마음>을 만들어보기를 바라는 나의 꿈.

-이승윤의 <커다란  마음> 들어보시길 -

나는 흔히 쓰는 싱어송 롸이터의 개념에 정확히 맞는 사람이 이승윤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는.

계속 사유하고 계속 살아가며 세상을 인간을 노래로 읽어내기 바란다.

노래 안에서 세상과 <도킹> 하기 바란다. 이승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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