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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mewhere
Apr 08. 2022
벚꽃, 오미크론과 함께 춤을....
분분한 낙화.... 가야 할 때가 언제인지를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격리되어있는 동안 내내 거실 창 앞 의자에 앉아서 지냈다.
일어날 수 있게 된 뒤부터는.
좀처럼 끝내지 못하던 책들을 끝내기도 하고, 졸기도 하고, 고개를 돌리면 창 밖까지 꽃들이 진격해 들어와 있다.
그리고 오늘 격리 끝나고 밖을 보니 꽃잎이 지고 있다.
그 꽃잎들을 떨구게 하는 천진한 바람이 나무를 살랑인다.
딱 거실 창만큼만 벚꽃을 보고... 충분하다. 충분하다.
벚꽃이 강둑을 따라 천지분간을 못하게 피는 그 길로 늘 출근을 하지만, 아마 격리되어 있는 동안에 다 피었다가 이제 질 것이다. 꽃은 그렇게 오랫동안 나뭇가지에 붙어있지 않는다.
피었구나 싶으면 망설임 없이 미련 없이 또 떨어져 내리고 그다음 길을 떠난다.
보는 사람들만 아쉬워하지.
그래서 시인은 그렇게 말했나 보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지 알고 분분히 가버린다고...
무슨 거미 이름 같기도 한 오미크론은 끝도 없이 자기 복제를 하면서
사람들에게서 물러나지 않는다.
깊게 한 번씩 앓는다는 것은 마치 몸과 영혼에 큰 폭풍이 한번 몰아치는 것 같다.
아프면서 오히려 순해지는 정신을 느낀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호흡과 기침과 목소리들을 느끼면서 그저 내 모든 생각을 내려놓게 된다.
내 몸에
지나가는 열들과 증상들을
겪으며
지극히 수동적인 상태로
머무른다.
아무 생각 없이 누워있고 아무 생각 없이 약을
먹고 그저 앉아서 물끄러미 창밖을 내다보는 시간들이 이상한 평안과
정제된 느낌
을 준다.
따스한 4월의 빛이 내리고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마음이 흔들리고
새벽엔 찬 기운이 아직 아쉬운 겨울 끝을 느끼게도 하는 이 4월.
추웠다가 따스해지는 이
길목에
왜 이렇게 마음은 하염없어질까.
격리를 마치고
출근하는 길에 벚꽃잎은 마치 큰 비가 쓸어가듯 도로를 휩쓸고 차창을 두드린다.
분분한 낙화....
가야 할 때가 언제인지를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저토록 아름답다.
Thank, God. 이 오솔길을 매일 낮에 걷습니다. 이 짧은 4월의 며칠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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