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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mewhere
Dec 17. 2021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쓴다는 것이 뭘까....
토요일 늦잠 잘 자고 일어나서 한껏 핸드폰 가지고 놀다 우연히 어떤 독서모임 플랫폼을 발견하고 즉흥적으로 한 클럽을 등록했다. 책 리스트가 맘에 들어서.
그중 첫 책인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는 제목이 너무 멋있어서 아주 오래전에 샀던 기억이 있지만 읽었는지는 확실하지 않고 책은 아무리 찾아봐도 집에 없다.
기한이 너무 닥쳐있는지라 그냥 전자북으로 사서 읽기 시작했다. 진짜 읽은 기억은 없고, 읽다 보니 종이책으로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리뷰에선가 본 것처럼 줄을 긋고 싶은 부분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책을 좋아하긴 하지만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은 없는 편이고 더더구나 작가 지망생도 아닌 내가 이렇게 주구장창 글 쓰라고 외치는 책을 맘에 들어한 것은, 작가가 글 쓰는 일을 꼭 작가수업을 위해서 뿐 아니라 우리 살아가는 인생과도 견주어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등록하자마자 독후감 기한이 3일 남았다는 메시지를 받고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하면서도 책은 계속 읽다가 불현듯 노트북을 메고 동네 커피숍으로 나갔다. 곧 저녁이 되어 외출했던 가족이 돌아오면 집에 환히 불이 켜질 것이고, 거실에 TV 소리 왕왕 거리며 저녁 식사 준비를 해야 될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정말 좋은 책을 잘 읽었다고 해야 되지 않을까. 이렇게 갑자기 글을 쓰자고 책에서 시킨 대로 하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우리나라 작가들이 글 쓰는 일에 대한 어려움과 한탄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것에 염증을 느낀 적이 있다. 누가 쓰라 그랬나. 그렇게 힘들면 안 쓰면 되지. 뭘 에세이로 까지 그런 엄살을 잔뜩 늘어놓나 싶었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글을 쓰지 않으면 숨이 안 쉬어지는 것 같이 느끼는 사람 부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의 작가처럼 말이다. 그런 사람들이 결국 작가가 되는 것 같았다.
글을 잘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거나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에겐 이 책이 참으로 좋은 길잡이가 될 것 같다. 이 작가처럼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삶을 차곡차곡 써나가는 글들은 결코 창백한 글이 되지 않을 테니 말이다. 머리로 관념적으로만 유희하듯 쓰는 글이 아니기에 결코 모호하거나 추상적이지도 않을 것이다.
그 살아있는 열정과 생명력이 느닷없이 이 책을 집어 든 나 같은 사람에게까지 동네 카페에 나와 이렇게 글을 쓸 마음을 갖게 했으니 말이다.
책 내용 중 <글이 안 써질 때도 글을 쓰는 법>은 마치 살고 싶지 않아도 사는 법이나, 일을 하고 싶지 않아도 일하는 법을 알려주는 것 같다. 우리 삶에서 매일매일 부딪히는 순간들이다. 글을 쓰고 싶지 않을 때 그 시간을 회피하기 위해 책상 정리부터 별 일을 다 시작하는 것처럼, 우리 삶에도 그런 순간들이 줄을 서 있다. 작가는 결국 그럴 때 굳게 입을 다물고 앉아서 쓸 수밖에 없다고 한다. 글쓰기 작업은 아주 단순하고 근본적이며 엄숙한 일이라 한다.
이런 면에서 글을 쓴다는 일은 살아나가는 일과 똑같다
작가는 사는 것과 글 쓰는 것이 같은 일이니 글을 써보라고 이 책을 통해 사람들을 설득한다.
매력적인 설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