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푸른 헬싱키

북반구를 돌아

by somewhere

새벽 헬싱키는 눈이 흩날리고 추웠다. 러시아 상공을 통과하지 못해 북반구로 길게 돌아오느라 14시간 비행을 했다. 어떻게 그 시간이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비행공포증이 있지만 이번엔 그런대로 견딜만했다

비행기 화면에 뜬 경로


즉흥적으로 의기투합하여 여행을 밀어붙이기는 했지만 인천공항에서 눈치를 보니 다들 나만큼 힘들게 온 듯했다.

에구구 그냥 집에서 책이나 볼걸 왜 간다 했을까 ᆢ이런 타령하며 비행기에 올랐다.


여행의 들뜸이나 설렘은 긴 비행이 끝나고 새로운 곳에 도착하며 시작된다.

비행기에서 나와 통로를 걸어 나오며 낯선 공항의 공기와 만날 때 드디어 기분이 살아 오르기 시작한다.

경유 7시간의 공백이 있어 시내 나가서 구경하기로 한다.

오전 7시인데도 여전히 어두운 헬싱키.

어둑어둑한 시내를 걸으며 새벽 어스름에 분주히 출근하는 사람들 보는 것이 마음 찡하다. 어디서나 사람들은 다 이렇게 살아간다

춥고 미끄러운 길 때문에 조심하며 천천히 걷는다.

새벽을 걸으며 드디어 여행이로구나 싶다.

헬싱키 시내 마켓광장, 재래시장 같은 음식코너에서 이것저것 먹는데 행복하다. 연어통구이, 버섯수프, 희한하게 맛깔 난 새우 콘샐러드, 아보카도샌드위치..

짜지만 맛있다.

시장 테이블에서 무한 리필되는 모닝커피를 마시며 한껏 수다를 떨다가 슬슬 헬싱키를 둘러보러 나간다

우스펜스키 성당, 헬싱키 대성당, 암반교회등 나름 헬싱키 시내 랜드마크 격인 곳은 들릴 수 있었다.

트램도 타며 걷기도 하며 50대 중후반의 여인들이 살아나기 시작한다. 이제 두고 온 일들이 잊어진다.

지도 봐야 하고 길 찾아야 하고 하니 비로소 온전히 여행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첫 발령지에서 가장 푸르른 나이에 만난 친구들. 나이도 제각각이지만 삼십여 년의 세월을 같이 늙어왔다.

누군가 힘든 시간을 맞이하면 그 울분 들어주고 노심초사하며 지켜봐 주고 한 고개 넘으면 또 다른 친구가 흔들리고 그리 저리 같이 인생길 넘어왔다.

애들 커가는 거 같이 보고, 결혼 안 한 친구도 있고 이제 사는 곳도 다 달라졌다.


우리들의 겨울여행 첫날이다

헬싱키.

담백하고 간결하고 겨울이라 황량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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