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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다니니 피에타, 당신의 슬픔
밀라노, 스포르체스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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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mewhere
Jan 20.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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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려 추운 밀라노.
아침 첫 타임을 예약해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찌에 성당에서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그림을 보고 그 근처에 있는 스포르체스코성을 갔다.
직접 벽에 그려진 <최후의 만찬 >
오늘 너희 중 나를 배신할 이가 있다라고 예수가 말씀하실 때 성질 급한 베드로가 예수 바로 옆 제자 요한에게 그가 누군지 여쭤보라고 말하는 장면인 것 같다. 그림을 사진으로 보기만 했지 자세한 것을 모르는 내가 그림을 보자마자 떠오른 성경장면이었다.
옷을 단단히 입었음에도 이탈리아 북부인 밀라노는 추웠다.
특히 비가 오니 지도를 보느라 핸드폰을 잡은 손이 장갑을 껴도 시렸다.
누가 요즘 유럽이 따뜻하다 했나ᆢ
누가 이탈리아 겨울이 안 춥다 했나..
상당히 고풍스러운 스포르체스코성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가 있다고 한다. 모르고 갔는데 볼거리가 생긴 격이다.
물론 우리가 다 알고 있는 그 피에타상은 로마에 있고, 오늘 내가 본 것은 다른 피에타였다.
로마의 피에타는 미켈란젤로가 20대 때 제작한 것이고 이 피에타는 미켈란젤로의 80대, 죽기 6일전까지도 작업하다 끝을 보지 못한 작품이다.
그런데 그 피에타 상을 본 순간 모든 말이나 표현이 뒤로 물러났다.
한 동안 그 앞에 앉아서 보기만 했다.
마리아가 죽은 예수를 안고 있는 로마의 피에타상과는 완전히 다른 피에타였다.
십자가에서 죽은 예수의 시신을 뒤에서 마리아가 붙잡고 있는 형상이었다.
마리아의 실루엣이
그의
슬픔을 다 보여주는 듯했다.
차마 채워 넣을 수 없었던지 오히려 공백처럼 마리아의 얼굴이 비어있다. 그 선과 그 표정에서 더 이상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슬픔이
느껴졌다
.
죽은 예수를 뒤에서 붙잡고 있는 마리아의 그 처연함이 온 공간에 가득 찬다.
육체의 강렬한 힘을 잘 표현했던(다비드상을 보라) 미켈란젤로가 인생말년에 8년 동안 제작하다 미완성으로 남긴 작품.
그 미완성이 남겨놓은 여백이 오히려 미켈란젤로가 표현하고자 했던 걸 다 품고 있는 듯하다.
육체의 디테일을 정밀하게 조각하던 미켈란젤로가 그의 험난했던 인생을 거의 다 살고 육체를 초월하는 어떤 차원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을 소유했던 귀족의 이름이 붙어 론다니니 피에타라 불리는 이 작품은 밀라노 시민들의 기금으로 구입되어 지금은 이렇게 밀라노 스포르체스코 성에 전시되어 있다
원래는 스포르체스코성의 전시장에 롬바르드 르네상스 조각들과 같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피에타를 보고 싶어하는 장애우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라 따로 이 피에타상만 독립된 공간에 전시하고 있다고 한다.
스페인의 이탈리아 통치시절 부상당한 군인들을 치료하던 곳, 인간의 큰 고통과 기도가 쌓여있던 공간에 론다니니 피에따가 혼자 있게 된 것이다.
마치 그 기도들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처럼.
깊은 슬픔을 느껴본 자만이 남의 슬픔을 공감한다.
차마 당하지 못할 슬픔을 겪은 마리아가 모든 인간의 슬픔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차마 당하지 못할 고통을 겪은 예수가 모든 인간의 고통을 보여주고 있는것 같다.
그저 그 슬픔과 고통을 함께 할 뿐이다.
피에타 상 앞에 앉아있던 어떤 엄마가 딸을 지극히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안고 계속 입 맞춘다.
뒤에서 동시에 피에타와 그 모습을 바라보니 또 다른 피에따를 보는 듯하다.
피에타 ᆢ자비를 베푸소서
계속 비가 오락 가락 하는 밀라노.
사람을 압도하는 밀라노 두오모성당을 끝까지 올라갔다가 집으로 오는 길, 동네 와인바에 들려 와인 한잔들 마시며 밀라노의 한기를 털어낸다.
밀라노 두오모 성당 내부.
화려하기 그지없는 외부는 그러려니 했지만 저 무섭기까지 한 거대한 내부를 보고 어떻게 이런 곳에서 하나님의 따뜻한 사랑을 느낄 수 있을까 싶다.
종교로 힘을 과시하는 인간의 힘이 느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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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서든 땅에서든 어디론가 갑니다. 때론 노래로 때론 시로 때론 책 혹은 영화로 어디론가 가고 있습니다. 가는 길 중간 중간 멈춰서서 그대에게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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