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히 기차시간 맞추어 나갔다
차가 조금만 밀려도 힘들 뻔했다
이미 세 달 전에 계획한 여행인데도 결국 어젯밤 늦게부터 짐을 싸기 시작했다.
짐을 쌀 때마다 늘 혼란스럽다. 어떤 옷을 가져가야 하는지 과연 그 도시에 맞게 준비한 건지ᆢ
구정이 낀 주에 여행을 나선다는 게 주부로서는 여간 뒷목 잡히는 일이 아니다.
미리 시어머니께 인사 다녀오고, 엄마도 없는데 기어이 아이들 내려오겠다 하니 먹을 음식 대략 준비해 두고 뒷 동에 사시는 친정엄마집도 챙기니 자꾸 밀쳐지는 것은 짐 싸는 일이다.
결국 어젯밤 대략 싸고 아침에 다시 몇 번 이리 싸고 저리 싸다가 캐리어를 다시 사야 되나 싶은데 그럴 시간도 없다.
거의 한 달 겨울 여행인데 기내용 캐리어로 싸라니 넣다 뺐다를 거듭한다. 옮겨 다닐 때 짐이 많은 것처럼 웬수가 없다.
그러니 자꾸 눈대중 손대중 하며 들어낸다.
그동안에는 없었던 영양보조제를 많이 챙기게 된다.
고지혈약을 끊었으니 먹어얄 오메가 3, 비타민B, 코큐텐 등등ᆢ
가끔씩 체중계에 가방 올려보며 결국 가져가려 했던 깻잎김치와 무장아찌를 포기한다.
젊었을 땐 음식 종류는 챙길 생각도 안 해봤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턴가 컵라면이 황홀하게 느껴지기 시작하고 다른 친구가 챙겨 오는 깻잎에 눈독 들이게 되니 한번 가져가보려 한 거였는데 ᆢ
가서 그냥 현지조달식만 먹자.
기차에 오르고 아직 정리가 안 된 이런 일 저런 일 생각하니 마음이 얼크러진다.
어딘가로 떠난다는 산뜻한 기분, 설렘이 없다.
갈수록 삶은 복잡하고 이리 저리 얽힌 관계 속을 비집고 산다.
떠나고 싶을 때 훌훌 떠나고 오고 싶으면 그냥 돌아오고 그럼 얼마나 심플하고 좋은가.
이 복잡함 위로 트렁크를 밀고 나간다.
떠남은 떠남이다.
불안 한 스푼ㆍ피곤 두 스푼ㆍ기대 없음 세 스푼 ᆢ
풋 ᆢ이런데도 길을 나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