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카나 토스카나 토스카나

싼 지미냐노, 시에나, 피엔차, 아시시

by somewhere

토스카나 타령을 해대는 여행동지들 때문에 토스카나 여기저기 차를 몰고 다닌다.

가다가 멈추고 가다가 들어가고 ᆢ

이름도 모르는 마을들, 사진으로 구분도 안 되는 마을들을 지난다.

피렌체와 르네상스시대 서로 경쟁하던 도시 시에나를 거쳐 피엔차 농가에서 하룻밤을 잔다.

시에나에서 사 온 와인을 마시며 어젯밤 피렌체 성당음악회에서 들었던 아리아들을 찾아 듣는다.

세상 언제 아리아 듣고 살았다고 이 토스카나 벌판 한 밤중에 <별은 빛나건만> 같은 아리아들을 듣는다.

어제 피렌체 성당에서 들은 <페데리코의 탄식>에 탄식이 절로 흘러나왔다. 어렸을 때 집에 있던 낡은 레코드판에 있던 노래들이다. 그때는 그 노래들이 이태리말인지 독일말인지도 모르고 들었다. 선율들이 너무 좋아서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듣고 또 들었다.

어제 테너는 구슬처럼 영롱하게 그 노래를 불렀다.

피아노와 만돌린 소리가 그렇게나 잘 어울리다니 ᆢ

오래된 성당에서 마이크 시스템 없이 듣는 음악.

처음엔 소리가 작게 느껴지지만 듣다 보면 어느새 성당 공간을 꽉 채우는 충만함을 느끼게 된다.

음악회 끝나고 늦은 밤시간에 아르노 강변을 따라 숙소로 돌아올 때 다들 흥분해서 뭔가 말하기 바쁘다.

음악회가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도대체 음악이 무엇이관데 사람들을 이리 만들까.

내가 막연히 느끼지만 표현하지 못한 것들이 비밀처럼 풀려나오는 것이 음악이다.

언어이전에, 문자이전에, 표현이전에 있던 그 어떤 것을 보여주는 것이 음악이다.


처음에 탄복을 하며 보던 토스카나 전원 풍경도 익숙해져서 그러려니 할 무렵 우리는 다른

주로 들어섰다. 움브리아주 페루자 지역의 아시시.

언젠가 누군가 아시시에서 썼던 글을 마음 깊이 간직해 놨었다. 가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내 속에 각인되어 있었다.

돌로 만들어진 건물들과 길들 사이로 고요가 가라앉아 있는 도시. 뭔지 모르게 다른 도시들과 공기가 다르다.

위대한 성인, 프란체스코의 영혼이 있는 도시여서인지 경건한 분위기가 든다.

그리고 정말 조용하다.


아시시 도착해서 짐을 풀고 해가 질 무렵 루카 마조레에 올라 노을에 잠긴 아시시 평원을 내려다보았다.

저 불 밝힌 사원이 성 프란체스코 사원이다.


성 프란체스코와 성 클라라로 유명한 아시시.

아시시의 상징인 성프란체스코 성당에 들어섰을 때 맨발의 수도사를 보고 마음이 뭉클했다.

자신을 버리겠다고 결심한 사람을 보고 밀려오는 감동이었다.


뒷날 아침, 새벽 산책 삼아 다시 성당을 가서 미사 드리고 올 때 최근 어머니를 여읜 지인이 계속 울며 그 길을 내려왔다.

마음을 건드리는 뭔가가 있는 아시시다.


여행이 길어지며 피로도 쌓이지만 많은 이야기도 함께 쌓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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