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이사 갈 집에 작은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데 어떤 노래가 흐른다.
이상하게 음악이 글을 부를 때가 있다.
노래 제목 외에는 못 알아먹지만 뭔가 나한테 말을 걸고 있는 것 같다.
I want you to stay.
네가 머물렀으면 좋겠어.
살던 집을 정리하며 여기서 머무르고 싶다 생각하고
새로 살 집을 둘러보며 여기서 살고 싶다고 생각한다.
내가 살던 집의 오랜 나뭇결 거실, 겨울이면 가득 들이치는 햇살에 마음이 풀어지던 넓은 창.
봄부터 그 넓은 창을 가득 메우던 푸르른 나뭇잎들.아파트인데도 마치 숲 속에 살던 것 같던 집.
한방 벽을 가득 채웠던 책을 다 팔거나 기부하거나 버리기로 하고 정리를 시작했다.마치 내 살아온 인생을 다 만져보는 것 같았다.
그 책을 읽었던 시절. 그때의 심정들이 기억났다.혼란과 에너지가 솟구쳐 주체가 안되던 젊은 시절엔 주로 정신문화사 책을 읽었다. 나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있다고 그 길을 찾아갈 거라고 외치던 결의들이 보이는 책들이다. 읽을 거라고 쟁겨두었던 두꺼운 불경들도 있다. 꽤 큰돈 들여 마련해 놨는데 결국 못 읽었다. 심리학 관련, 상담 관련 책도 많이 보인다.
교사로서도 필요했고 무엇보다 내 정신이나 심리를 알아보기 위해 읽었었던 것 같다.
나는 왜 이러나ᆢ 어떻게 해야 하나 하면서ᆢ
또 내가 너무나 커다란 존재로 영향을 미치게 되는 이 아이들은 어째야 하나 하고 책들을 뒤적이며 살아왔다.
며칠 전 유튜브에서 <나의 아저씨> 요약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되며 또 빠져들었다. 여전히 어떤 장면들은 눈물 없이 볼 수가 없다.
다시 보니 이선균이 너무 연기를 잘했다. 그 슬픔과 우울과 절망을 어찌 그리 처연히도 표현했나 모르겠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놓지 않았던 그 인간적 따스함까지.
그 따뜻함이 인간의 궁극적 품위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유는 저걸 찍던 시절 어둠이 천착되어 있는 존재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이지안 그 자체였다. <눈을 감아보면 ᆢ>하고 흐르던 ost는 들을때 마다 가슴이 저린다.
드라마 마지막 장면 박동훈이 우연히 만난 이지안이 멀어져 가는 것을 바라보며 가슴으로 했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