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omewhere
Oct 23. 2023
공항에서 선 채로 글을 쓴다.
핸드폰 충전기를 꽂고 든 채로.
사람들이 참 많기도 하다. 그들이 진 짐도 참 많다.
이 많은 사람들과 짐을 싣고 비행기는 동서남북으로 실어 나를 것이다.
여행은 할수록 덧없다.
마치 일상에서 생기를 꾹꾹 눌러 담았다가 여행에서 다 풀어쓰는 것 같다. 그 쌓여있던 에너지가 다 하면 다시 일상으로 내 집으로 간다.
가서 또 꾹꾹 눌러 담듯 충전할 것이다.
너무나 여유롭게 충전되면 어딘가 또 떠나볼 힘이 생길지 모른다.
남들은 여행에서 어떤 에너지를 충전받아 현실로 돌아와 산다던데 나는 반대다.
내 일상의 모든 순간이 빛나는 에너지를 준다.
집에 돌아가서 거실을 닦고 소파를 닦으며 냉장고 문도 들썩이고 싶다. 새벽이면 교회 가서 찬송가 반주도 해야지.
동네 길을 걸으며 음악을 듣고 집 뒤에 있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야지.
밤이 깊으면 침대에 들어 이불을 끌어올리며 잠들고 알람이 울리면 어둠 속에서 손 내밀어 침대를 빠져나와야지.
당근을 채 썰고 사과를 깎는 내 접시 앞으로 가야지.
오늘 돌아간다.
내 좋은 나라, 우리 동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