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mewhere Oct 23. 2023

리스본을 떠나며

공항에서 선 채로 글을 쓴다.

핸드폰 충전기를 꽂고 든 채로.

사람들이 참 많기도 하다. 그들이 진 짐도 참 많다.

이 많은 사람들과 짐을 싣고 비행기는 동서남북으로 실어 나를 것이다.


여행은 할수록 덧없다.

마치 일상에서 생기를 꾹꾹 눌러 담았다가 여행에서 다 풀어쓰는 것 같다. 그 쌓여있던 에너지가 다 하면 다시 일상으로 내 집으로 간다.

가서 또 꾹꾹 눌러 담듯 충전할 것이다.

너무나 여유롭게 충전되면 어딘가 또 떠나볼 힘이 생길지 모른다.

남들은 여행에서 어떤 에너지를 충전받아 현실로 돌아와 산다던데 나는 반대다.

내 일상의 모든 순간이 빛나는 에너지를 준다.


집에 돌아가서 거실을 닦고 소파를 닦으며 냉장고 문도 들썩이고 싶다. 새벽이면 교회 가서 찬송가 반주도 해야지.

동네 길을 걸으며 음악을 듣고 집 뒤에 있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야지.

밤이 깊으면 침대에 들어 이불을 끌어올리며 잠들고 알람이 울리면 어둠 속에서 손 내밀어 침대를 빠져나와야지.

당근을 채 썰고 사과를 깎는 내 접시 앞으로 가야지.


오늘 돌아간다.

내 좋은 나라, 우리 동네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