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는 짝사랑 전문가?

나는 짝사랑 전문가다.

by 경자의 서랍




짝사랑이 무엇인지 검색하니까 AI가 답을 달아 놓았다.


'짝사랑은 한쪽만이 상대를 사랑하고, 그 사랑의 감정이 상대에게는 알려지지 않았거나 상대가 거부하는 일방적인 사랑을 의미합니다. 상대방에게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호감의 형태로, 혹은 고백하지 않는 상태로 나타나기도 하며, 한 사람의 감정이 다른 한 사람의 감정과 균형을 이루지 못할 때 발생합니다.'




나는 짝사랑 전문가다.


이 나이까지 짝사랑을 멈추지 못하고 계속하고 있으니 '금사빠, 짝사랑 마니아, 일방적 사랑꾼, 상상연애 전문가'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지 않나 싶다.


누구든 돌이켜보면 혼자서 좋아하고 마음앓이해 본 적 한 번쯤은 있을 거라 생각한다. 처음부터 결과와는 무관한 짝사랑이긴 하지만 대부분 짝사랑이 언제나 그렇듯 부질없고 허망하게 끝을 맺는다. 짝사랑의 구조가 원래 그렇기도 하지만 다행히 크게 상처받지 않는 것은 시작도 내가 하고 마무리도 내가 해서 일 것이다. 이상한 것은 좋아하는 것도 이유가 없듯이 끝내는 것에도 뚜렷한 이유가 없이 사그라진다. 내 짝사랑은 기형적인 것인가?


짝사랑은 다음 상대가 나타날 때까지 진행된다. 그 당시에는 별별상상을 다 하면서 희로애락을 함께하지만 지나고 나면 그때 그 사람이 왜 내 짝사랑 상대였던 걸까? 나조차도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결국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멈추지 못하고 지금까지 짝사랑에 빠져 있다는 것은 심각한 애정 결핍상태가 아니라면 짝사랑에도 중독이 있는 것은 아닌가 내 나름 진단을 내려보기도 한다.







짝사랑 상대를 자주 갈아타면서 대상도 변화무쌍하게 바뀌는 편이다. 내가 짝사랑 상대를 고르는 기준은 나도 모르지만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는다. 상대방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도 짝사랑이 가능한가? 궁금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도 잘 몰라서 대답해 줄 수는 없지만 내 짝사랑은 그렇게도 가능하다. 오히려 정보가 많을수록 짝사랑 상대가 되기 어렵다.



내 짝사랑 상대는 나이와 신분과 외모와 학벌 같은 객관적인 것에 구애받지 않는다. 어떤 때는 운동선수 이기도 했다가 영화배우이기도 했다가 트로트를 잘 부르는 가수가 되기도 한다. 좀 더 가까운 인물 중에는 헬스장에서 가끔 마주치는 이름도 모르는 잘생긴 젊은 청년이기도 하고, 비 오는 날 문화센터 앞에서 차가 있는 주차장까지 우산을 씌워준 얼굴도 기억 안 나는 키가 컸던 아저씨가 짧은 짝사랑 상대이기도 했었다. 내 대부분 짝사랑 상대는 오래 보면서 정해 지는 것이 아니라 처음 보는 순간 바로 결정이 나면서 마음이 설레기 시작한다.



그만큼 나는 첫인상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편견이 생기기 쉬우므로 경계하려 노력은 하지만 쉽게 바뀌지 않는다.


'초두효과(初頭效果)'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미국 어느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뇌의 편도체를 통해 0.1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 안에 사람에 대한 호감도와 신뢰도를 평가한다고 한다. 사람에 대해 기억에 남는 정보가 3초 만에 결정된다고 해서 '3초 법칙'이라고도 하고, 그 첫 이미지가 그 사람의 '인상'으로 단단하게 굳어진다고 해서 '콘크리트법칙'이라고도 한단다. 첫인상을 결정짓는 최대 요인 '외모, 목소리, 어휘'순이라고도 한다.


내게 3초 법칙은 맞는 것 같지만 내 짝사랑 상대는 이런 일반적인 기준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그동안 대머리도 있었고 뚱뚱한 사람도 있었고 거의 대화조차 나눈 적이 없는 사람도 있었으니 '외모나 목소리나 어휘'라는 것도 해당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나도 잘 모르겠다는 말이다.






말하자면 부끄럽지만 미용실에 가서 월간지를 볼 때도 '나와 잘 맞는 MBTI 유형은?' 이라던가 '당신의 오늘 애정운은?' 이라던가 '별자리에 따른 당신의 이상형은?' 따위의 나하고는 하등 상관없는 것들을 집중해서 읽고 있는 나를 본다. 기이한 일이다. 나는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 그러면서 상상한다. 그 사람의 mbti는 무엇이고 별자리는 어떤 걸까? 그러다가도 '그러면 어쩔 건데..' 혼자 생각하면서 '픽' 하고 헛웃음을 웃기도 한다.


어떤 때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도 있다. 나는 왜 그 사람을 선택한 것일까? 어떤 것에 호감을 느낀 것일까?

내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내 오랜 짝사랑 히스토리를 짚어보면서 내일부터는 이런 부질없는 감정소모 따위 하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다이어트는 내일부터'라는 말처럼 쉽게 실천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이 나이에 부질없는 짝사랑이나 하고 있는 내가 한심하다. 하지만 나는 짝사랑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아직까지 내가 호기심을 놓지 않고 있다는 것이며, 사람에 대한 관찰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객관적 증거인 까닭이다. 사실 감정을 늙지 않게 하려는 의도된 은밀한 수작(酬酌) 일수도 있고, 고통이 아닌 휴식이자 위로인지도 모른다.


요즘 잠시 짝사랑 강제 휴식기다.

더 나은 경자의 짝사랑을 위하여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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