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죽었다.

끝났다.

by 경자의 서랍




엄마가 집에서 죽었다.


병원에서 퇴원한 지 2주째 되는 날이었다.


그렇게 모질고 괴팍스럽던 노인의 죽음 치고는

너무나 갑작스럽고 조용한 죽음이었다.


전혀 예측하지 못한 '교통사고' 같은 일이어서

신고를 하고 경찰이 왔고

사건이라도 난 듯 '과학수사대'라는 낯선 글씨가

등뒤에 박힌 옷을 입은 사람들도 왔고

검안의(檢案醫)도 왔다.


'사건'처럼 맞이한 엄마의 죽음은

집안에 설치된 홈캠 녹화로 해결되었다.


동생이 차려 놓고 간 낮은 식탁 위에 죽을 먹고

느릿느릿 빨래를 걷고 그것을 개어

수건은 수건끼리 속옷은 속옷끼리 나란히 놓고

피곤한 듯 배게 꺼내 베고 누워 잠들더니

영 깨지 않았다.

녹화된 화면이 정지된 듯 멈추어 있었다.


그게 전부였다.

그게 끝이었다.


그렇게 살다가는 것을

그렇게 그악스럽게 살아야 했을까?






내 가슴에 평생 박혀있던 말

철부지 때부터 들었던 말

듣던 악담 중에도 문신처럼 남던 말

한 번도 입밖에 내어 따져보지 못한 말

노력해도 잊지 못한 말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말

엄마가 딸에게 해서는 안 됐던 말


'너한테 쓸데라구는 OO구멍 밖에 읍다'






천박함을 담아 나를 향했던 많은 악담들은

나름 힘들게 산 엄마의 수고를 허사(虛事)로 만들었다.


엄마 죽었고

나는 그 말들을 가슴에 묻기로 했다.

우린

이제

서로

털어냈다.





발인하는 날

사진을 장식했던 꽃 중에

장다리꽃을 닮은 연보라색 꽃이

부질없이 손톱 반만큼 자라 있었다.



나는 전혀 실감이 나지 않았고

그래서 울지도 않았다.



엄마와 딸로 만났던 우리 인연은

이렇게..

질기게 이어졌다가 허망하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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