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과 간섭 사이

by 니콜

중간고사가 끝나고 나니 큰 아이는 주말 내내 침대 속에서 뒹굽니다.

잠을 자거나 핸드폰을 보거나 친구와 전화로 수다를 떨거나 하면서 말이지요.


'그래, 시험 보느라 애썼으니까 하루 이틀은 쉬어도 되지 뭐'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면서도 '하루 한 시간이 아쉬운 고3인데...'라는 마음에 불안함과 조급함이 생깁니다.


불안한 마음을 꾹꾹 눌러놓고, 과일 한 접시 깎아 아이 방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중간고사 끝났으니, 이제 슬슬 6월 모의고사 준비를 시작해야할텐데 6월 모의고사 계획은 한번 짜 봤니?"라며, '이제 다시 공부해야지'라는 말을 에둘러 조심히 표현해 봅니다.

그러나, 아이는 "생각 안 해봤는데요. 뭘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라며 아직은 공부할 생각이 없음을 내비칩니다.


아이의 그 한마디에 왜 이렇게 화가 났을까요? 저는 아이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서 선배들의 6월 모의고사 준비 노하우 자료도 뽑아놓고, 지난해 6월, 9월 모의고사 기출문제도 출력해서 책상 위에 놓아두고 했는데, 순간 '나만 이렇게 애쓰면 뭐해?'라는 생각이 들어서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올랐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격양된 목소리로

"시험 끝났다고 언제까지 침대에서 뒹굴기만 할 거야? 틀린 문제라도 한번 보고 6월 모의고사 계획도 세우고 해야 하지 않니?"라며 한바탕 잔소리를 하고는 이불을 걷어서 침대 한켠에 접어 놓고 문을 쾅 닫고 나와버립니다.


부끄럽지만 중간고사 끝난 주말 저녁, 저희 집의 모습입니다.

잠시 더 믿고 기다려줬어야 하는데 중간고사 결과가 기대했던 것만큼 나와주지 못하니 괜히 마음만 더 불안해지고, 조급해집니다. 아이에게 잔소리를 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는데 말입니다.


고3 엄마는 참 힘듭니다.

참고, 참고, 또 참고... 참을 인(忍) 자를 1000번쯤 써 내려가며 하고 싶은 말을 꾹꾹 참아내야 합니다.

간섭과 잔소리는 아이와 저를 전쟁지대로 끌고 가기 때문입니다.



이서원 작가의 <말과 마음 사이>라는 책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관심은 평화지대입니다. 간섭은 전쟁지대 입니다. 평화지대에 계속 머무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잠시 머물다가 전쟁지대로 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차이는 조급한 마음과 상대를 못 미더워하는 마음입니다.


조급함과 아이를 못 미더워하는 마음이 우리를 평화지대에서 전쟁지대로 끌고 가고 있는 건 아닐까요?

관심은 그 사람의 마음 길을 살피는 것이고, 간섭은 내가 먼저 마음 길을 낸 다음 그리로 가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하루 아침에 공자가 될 수 없으니 가끔은 저처럼 간섭의 말이 튀어나올 때도 있겠지요. 하지만, 계속 노력하고 시도하며, 머리 속에 있는 아이에 대한 못 미더움을 '믿어 봄'으로 바꾸고, 잔소리하고 싶은 마음을 한 스푼 덜어내는 연습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는 고3 엄마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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