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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노루 Feb 07. 2019

아버지의 바짓바람이 "천재", 모차르트를 만들었다!

본격 SKY 캐슬 헌정 4부작 <3>

이런 말이 있습니다.  

자녀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있는데, 그것은 할아버지의 경제력, 아버지의 무관심, 어머니의 정보력이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제가 학창 시절에도 들었으니) 꽤나 오랫동안 통용되던 얘기였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이것도 아닌 거 같습니다.


예전엔... 아빠들의 무관심이 자녀 교육의 필수조건이라고들 했는데, 이젠 뭐 다 한물간 얘기죠. 입학 전형이 워낙 복잡해진 데다가, 엄마들이 입시에 올인하는 것보다 아빠가 하는 게 10배 이상의 효과가 있다지 않습니까?! (차민혁)
바야흐로 바짓바람의 시대가 온 거네요. (강준상)


이는 엄청난 열풍을 이끌며 최근에 종영한, JTBC 드라마 <SKY 캐슬> 10회(2018. 12.22 방영)에 나온 차민혁과 강준상의 대화 가운데 하나입니다. <SKY 캐슬>은 대한민국 상위 0.1%의 부모들이 명문가의 대를 잇기 위해 치열하고도 처절하게 자녀 교육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 중심에는 "엄마"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엄마들의 거센 치맛바람 사이에서도 홀로 바짓바람을 휘날리며 고군분투하는 사람이 있는데, 바로 로스쿨 교수 차민혁입니다. 차민혁은 쌍둥이 아들, 서준과 기준의 교육문제라면 열 일을 제치는, "얘들 교육에 진심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인물입니다. 그는 아이들의 입시 논술을 위해 독서토론 모임 '옴파로스'를 결성하여 이끌기도 했으며, 두 아들의 공부를 위해 방음을 한 스터디 룸을 꾸미기도 했습니다. 더욱이 이곳에서 그는 매일 두 시간씩 아이들의 수학 공부를 직접 '지도'했고, 시험을 대비하여 기출문제를 구해다 주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그는 엄마의 치맛바람에 뒤지지 않는, 열성적인 바짓바람 아버지였습니다.




그런데, 이보다 약 260여 년 전에, 차민혁에 버금가는, 아니 그보다 더 강력한 아버지의 바짓바람을 보여준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바로,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 A. Mozart, 1756-1791, 이하 모차르트)의 아버지 레오폴드 모차르트(Leopold Mozart, 1719-1787, 이하 레오폴드)입니다.


모차르트! (음악에 무지한 저희 오빠도 아는 걸 보면아마도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영화 <아마데우스>를 통해서, 그리고 오늘날 TV 프로그램에서 음악 영재가 나오면, 늘 그 앞에 "모차르트"라는 수식어가 붙는 걸 보면 말입니다. 실제로, SBS <영재 발굴단>이란 프로그램에서는 "모차르트의 환생", "모차르트의 재림", "리틀 모차르트", "미니 모차르트" 등을 사용하곤 했습니다. 이처럼 대중적인 서양음악 작곡가, 모차르트는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가지고 있었던, 음악 역사상 최고의 "신동", "천재 작곡가"였습니다.


일곱 살 모차르트 (Pietro Antonio Lorenzoni, 1763)


모차르트는 5살 때(1761년) 처음 작곡을 시작하여, 8살 때(1764년) 교향곡을, 11살 때 오페라를 작곡한, "신동"이었습니다. 그럼 모차르트가 5살 때 처음 작곡한 곡을 한 번 들어보죠. 얼마나 잘했는지요.


모차르트가 다섯 짤 때 작곡한 <G장조 미뉴에트>(KV.1)


이 외에도, 모차르트는 천재적인 청음(귀로만 듣고 악보를 적어 내는 것) 능력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는 14살 때, 시스티나 성당에 방문하여 알레그리의 <미제레레>를 듣게 됩니다. 그리고는 이 곡을 그대로 악보로 적어냈다고 합니다. 약 13여분이 소요되는 음악을 말이죠. 그것도 딱 한 번 듣고 말입니다. (청음 시험 때도 적어도 2-3번은 들려주는데요...) 실제로 이 곡은 너무도 아름다워서 시스티나 성당에서 악보를 외부로 유출 금지시켰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모차르트가 꽁꽁 숨겨져 있던 악보를 의도치 않게(?) 공개해 버린 것이지요.


당대 악보가 공개되지 않았던, 알레그리의 <미제레레>


이처럼 모차르트는 어린 시절부터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보여주며, 35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약 600여 곡 이상의 작품을 작곡했습니다. 그는 피아노곡, 실내악곡, 협주곡, 교향곡, 오페라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걸작을 남겼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 점이 모차르트가 서양음악 역사 사상 가장 "유니버셜(universal)"한 "위대한 천재" 작곡가로 불리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러니까 모차르트의 천재성은 모든 음악 장르를 능숙하게 다룬 것에서 볼 수 있는 것입니다. 호... 혹시, 하이든의 오페라를 들어보신 분 계신가요? 베토벤은요? 두 사람 모두 오페라를  작곡하긴 했습니다. 그런데 두 사람의 오페라 작품은 그들의 기악곡에 비한다면... 음.. 더 이상 말을 아끼겠습니다. 누군가는 그런 얘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베토벤이 오페라 <피델리오>를 쓰지 말았어야 했다고요...   


그런데, 모차르트를 "유니버설"한 "천재" 작곡가로 만든 사람은, 다름 아닌, 모차르트의 아버지 레오폴드였습니다. 그 역시 음악가였습니다. 뛰어나진 않았지만요. 레오폴드는 잘츠부르크 대주교의 궁정 음악가로, 바이올린 연주자였을 뿐만 아니라, 교향곡과 협주곡과 같은 많은 기악 작품을 작곡한 작곡가였습니다. 물론 그의 작품들이 그리 유명하진 않지만요. 특히 그가 저술한 <바이올린 연주법>이란 책은 그의 업적 중 주목할만한 것이었습니다. 


레오폴드에게는 두 명의 자녀가 있었습니다. (7명의 자녀를 낳았지만, 5명이나 죽고 맙니다.) '난네르'라고도 불리는 넷째 딸 마리아 안나와 막내아들 모차르트입니다. 레오폴드는 이 두 자녀들의 교육을 전적으로 책임졌습니다. 그러니까 그는 자신의 "전공 분야"인 음악만 가르친 것이 아니라, 산수, 읽기, 쓰기, 문학, 언어, 춤 등 모든 과목을 가르쳤습니다.(수학만 가르친 차민혁을 가볍게 뛰어넘죠!)


1780년경 모차르트의 가족사진: 누나 마리아 안나,  볼프강, 아버지 레오폴드


자녀들을 직접 교육한 레오폴드는 일찍이 두 자녀의 음악적 재능을 발견합니다. 특히 (5살 때 모차르트가 작곡한 작품을 들어보셔서 아시겠지만) 아들의 음악적 재능을 말입니다. 그래서 레오폴드는 두 자녀를 데리고 유럽 투어를 떠나게 됩니다. 오스트리아 빈을 비롯하여, 브뤼셀, 파리, 영국, 헤이그, 암스테르담, 파리, 그리고 이탈리아의 베로나, 만투아, 밀라노, 로마, 볼로냐를 말입니다. 이 여행은 1762년 모차르트가 6살 때 시작되어, 1773년 그의 나이 17살이 되어서야 끝납니다. 그러니까 모차르트 인생의 1/3을 여행만 다닌 셈입니다.  


5번에 걸친 모차르트의 여행


이 여행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아들의 음악적 재능을 온 유럽에 선보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레오폴드는 아들의 뛰어난 음악 실력을, 그러니까 "신동"의 면모를 여기저기에 자랑하고 싶었습니다. 잘난 자식은 늘, 부모의 '자랑거리'죠.(어머니 아버지, 죄송합니다.ㅠㅠ) 실제로 모차르트는 루이 15세와 로마 교황을 비롯하여 여러 지역의 왕과 귀족들 앞에서 연주를 했고, 이들로부터 많은 찬사를 받았습니다. (당시 유튜브가 있었다면, 모차르트는 이런 고된 여행을 다니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덧붙여 엄청난 수익을 올렸겠죠.) 그리고 레오폴드는 이러한 반응에 높은 만족감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하나는 교육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이 여행을 통해, 여러 지역의 다양한 음악을 아들로 하여금 직접 접하게 했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란 말이 있듯이, 레오폴드는 아들에게 직접 씹고 뜯고 맛보는 경험을 하게 해 준 것입니다. 실제로 모차르트는 이 오랜 기간의 여행 동안 많은 것을 보고 배웠습니다. 그는 머무르는 곳마다 새로운 음악과 음악가들을 직접 만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다양한 음악을 공부했습니다. 바로 이 때문에, 모차르트가 모든 장르를 섭렵한, "유니버셜"한 "천재" 작곡가가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SKY 캐슬> 속 차민혁의 바짓바람은 레오폴드와는 달리, 실패하곤 맙니다. 그는 쌍둥이 아들들을 강압적으로 교육했습니다. 숨이 막힐 거 같은 무시무시한 스터디룸에 가두어 놓고 시간 내에 수학 문제를 풀게 합니다. 만약 시간 내에 문제를 풀지 못한다면, 스터디룸은 결코 열리지 않았습니다. 그뿐 아니라, 그는 자녀들에게 경쟁을 부추기며, 늘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올라서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


밑바닥에 있으면 짓-눌리는 거고, 정상에 있으면 누리는 거야! (차민혁)


그러나, 그의 아내와 자녀들은 점차, 그에 맞서게 됩니다.


"세상이 왜 피라미드야! 지구는 둥근데 왜 피라미드야! (차기준)


그리고... 결국, 차민혁은 바짓바람을 거두게 됩니다.




차민혁과 레오폴드의 바짓바람은, 자녀들을 통해서 대리만족을 하려던 점에서는 어쩌면 비슷할지도 모르나, 그 방법은 너무도 달랐습니다. 그래서 그 결과도 달랐던 거겠죠.


아버지들이여, 부디 레오폴드와 같은 바짓자락을 휘날리시기를!!




덧붙여, <SKY 캐슬> 속에 등장한 음악에 대한 이야기는 '더' 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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