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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내 May 18. 2020

홋카이도에서 쇼핑하기, 여기는 쇼핑의 천국 일본!

쇼핑하러 삿포로, 아사히카와로!

내가 사는 후라노는 정말 시골이었다. 시내라고 해봤자 맘먹고돌아다니면 다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여서 쉬는 날 나가 봤자 가는 곳은 늘 정해져 있었다. 시내에 있는 서점 아니면 시마무라라고 하는 옷 파는 곳 정도가 다였다. 그래서 시골 생활이 참 좋을 때도 있었지만 나름 도시생활을 하다 온 사람으로서 도시 냄새가 그립긴 했다. 그럴 때마다 자주 갔었던 곳이 있는데 바로 삿포로와 아사히카와다.

북해도 제1의 도시가 삿포로 라면 제2의 도시는 아사히카와다. 홋카이도 내에서는 두 번째로 큰 도시로 삿포로에 비하면 큰 도시는 아니었지만 후라노에 살던 나에게는 꽤나 큰 도시였던 곳이다. 후라노에서 삿포로까지는 편도로 두 시간 반 즈음 그리고 비교적 가까운 아사히카와는 편도로 한 시간 정도 걸렸다.  



먼저 내가 자주 갔었던 삿포로! 

삿포로는 내가 살던 후라노에서는 왕복으로는 다섯 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래서 삿포로에 가는 날엔 호텔을 미리 예약해서 1박을 하고 왔다. 호텔뿐만 아니라 삿포로에 갈 때는 항상 만발의 준비를 하고 갔다. 

처음 삿포로를 갔던 날, 오래간만에 백화점에서 신나서 쇼핑을 하다가 점원 갸루 언니를 보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니 뭔가 초라하기 짝이 없다고 느꼈던 그때부터였다. 삿포로에 가면 갸루 언니들에게 꿇리지 않으리라! 하며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갔었다. 평소 잘 신지도 않는 굽 높은 구두를 신고 속눈썹 날개를 몇 개씩 눈 위에 붙이고는 그래도 부족한가 싶은 마음에 아이라인으로 열심히 눈가를 메꿨다.


지금도 일본에 가면 이상하게 눈 화장이 진해진다. 평소에 안 하던 볼 터치도 푹푹 찍어주고-

삿포로 갈 때마다 중무장을 하고 갔었던 기억이 있어서 그런가 일본에 가면 늘 뭔가 그래야 할 것-같은? 이상한 기분이 든다. 아 물론 이때 입었던 화려한 꽃무늬 원피스는 더 이상 입지 않겠지만은...  


비 내리는 아사히카와역


아사히카와는 삿포로 보다 더 자주 가곤 했다. 편도로 한 시간 안 걸리는 거리에 있는 아사히카와는 내가 살던 후라노와 꽤 가까워서 당일치기로도 가능했다. 친구와 쉬는 날이 맞으면 늘 같이 아사히카와로 쇼핑을 하러 갔다. 

아사히카와에 가면 가자마자 꼭 가는 곳이 있었는데 바로 모스버거! 

모스버거는 일본에서 유명한 햄버거 체인점인데 내가 살던 후라노에는 모스버거가 없었다. 아사히카와에 가면 모스버거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처음 아사히카와를 갔던 날 도착하자마자 모스버거를 찾아갔다. 그때 먹었던 갓 나온 햄버거의 맛은 정말 잊지 못한다! 그리고 모스버거는 메론 소다와 함께 먹어줘야 제맛! 달달한 초록 빛깔의 멜론 소다까지 먹어주면 기분이 쨍-하고 좋아졌다. 나는 그때의 멜론 소다를 아직도 잊지 못하고 일본 비행을 가면 가끔 모스버거에 들려서 늘 먹던 메뉴로 멜론 소다와 함께 시켜서 먹곤 하는데 이상하게 그때의 그 맛이 다시 나지 않는다. 

내 입맛이 변한 거니.. 아님 모스버거 네가 변한 거니..?


모스버거는 기본이 가장 맛있어! +메론소다는 필수!

  

그리고는 아사히카와 역 바로 건너편에 있는 로프트로 향했다. 엄청나게 큰 로프트 매장을 보고 입이 떡 벌어져서는 몇 시간을 구경하고 또 구경했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시부야의 4층짜리 로프트 매장을 다녀오고 나니 아사히카와의 로프트는 아무것도 아니었구나-라는 걸 알았지만 그 당시의 후라노 촌년이었던 나는 입이 떡 벌어질만했지! 로프트에는 정말 없는 게 없었다. 

그리고 로프트와 함께 늘 갔었던 돈키호테. 돈키호테의 마스코트 펭귄이 떡하고 보이면 괜히 흥분해서는 돈키호테로 곧장 뛰어들어갔다. 그러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쇼핑 또 쇼핑...

일본은 정말 쓸데없지만 사고 싶어지게 하는 것들을 만들어 내는 대단한 재주가 있는 것 같다. 정말 '안 사도 되지만' 사야 할 것만 같은 쓸데없는 것들이 참 많다. 흔히 말하는 '귀여운 쓰레기'들이 참 많은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며 월급의 반 이상을 이곳에 투자했던 것 같다.

그때부터 내 돈은 지금까지 모이지가 않는다..

아마 지금도 일본 비행만 덜 간다면 돈을 더 잘 모을 수 있을지도!  


로프트와 돈키호테!


지금도 나는 큰 도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도쿄는 매달 비행으로 가곤 하는데 이제 시내에 나갈 때는 친구를 만날 때 가끔 몇 번 가는 정도다. 정말 눈 깜짝할 사이의 나를 스치고 지나가는 인파들 속에 있을 때면 그 사람들로부터 에너지가 빨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래도 가끔 나가는 쇼핑의 시간은 아직도 내게는 꽤 달콤하다. 내가 가끔 아사히카와에 놀러 가서 그랬던 것처럼!

지금의 나는 그때처럼 '귀여운 쓰레기'들을 열심히 사재 끼며 '카와이--!'를 연발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지금도 그때 그 시절을 생각하면 가끔은 행복한 소비가 하고 싶어진다.


그때 우와 하면서 먹었던 모스버거의 맛은 지금은 찾을 수 없지만 그래도 그때와 변함없이 메론소다의 맛은 달콤하고 시원하다. 오래간만에 메론소다 원샷을 때리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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