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 주니어 월드 챔피언쉽 도전기 - 끝없는 도전
세상 많은 것들이 노력한 만큼 향상된다.
악기는 긴 시간 연습할수록 연주 실력이 늘고 , 시험공부는 더 여러 번 반복할수록 더 높은 점수를 받는다.
그런데 이 골프라는 스포츠는 유독 여러 가지 요소에 많은 방해를 받는다.
물론 연습이 실력을 향상시킨 다는 건 토를 달 수 없는 진실이지만,
어떤 날은 대충 툭툭 치는 퍼팅이 홀 속으로 쏙쏙 빠져 들어가기도 하고, 전혀 들어가리라 예상치 못했던 칩핑이 깔끔하게 홀 인 한다.
반면, 죽도록 연습을 하고 완벽한 준비를 하고 간 날이라도 홀컵을 빙그르 돌아 나오는 공을 막아낼 재간은 없다.
멋지게 날아가는 티샷을 쳤는데, 하필이면 딱딱한 돌멩이에 떨어져 엉뚱한 방향으로 튀어버리기도 한다.
딸은 말했다.
'골프는 너무 억울한 스포츠야.
내가 더 많이 노력하고, 더 많이 준비한다고 해서, 꼭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보장이 없어.
이건 너무 운이 좌우해.'
온몸의 기운을 다 끌어 모아 마지막까지 정신력으로 버텨가며 치러낸 첫 국제대회를 마친 딸이
대견했다.
자랑스러웠다.
운의 핑계를 대며 조금은 자신을 위안해보고 싶은 딸이 귀여웠다.
무너지는 딸의 스코어를 보며 바스러지는 유리 멘털을 지닌 엄마는 그저 도망가 버리고 말았는데,
그 가녀린 팔과 다리로 4일간의 힘든 경기를 끝까지 해낸 딸이 너무너무 자랑스러웠다.
'엄마, 나 이제 진짜 열심히 할 거야.
이렇게 대회전 갑작스레 몇 달만 열심히 하는 거 말고, 집에 돌아가자마자 바로 다시 할 거야.
빨리 레슨도 받고 싶어.
왜 내 우드가 이렇게 안 맞은 걸까? 나는 원래 우드 귀신(우드를 잘 쳐서 붙은 별명)이었는데...
분명 뭔가 이유가 있을 텐데, 나는 그걸 잘 모르겠어.'
대회가 끝난 저녁 호텔 풀장에서 홀가분한 기분으로 노을 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딸이 말했다.
어제만 해도 다시는 골프를 하고 싶지 않은 사람처럼 힘들다고 울고 불었는데,
어느새 딸아이는 내년을 준비하고 있었다.
'내년에도 여기서 치잖아. 나는 12살이 될 거고. 올해는 12살 선수들에 비해 내 거리가 턱없이 짧았지만, 나도 내년엔 키도 더 클 거고 거리도 더 길어지겠지.
난 여기 이미 한번 쳐봐서 매 홀을 어떻게 쳐야 하는지도 다 알고 있어.
지금은 아직 거리가 안 나와서 벙커를 피해 돌아쳐서 길게 가야 했던 홀들을 내년엔 모두 벙커를 넘겨 가로질러 칠 수 있을 거야!'
목소리에 힘이 넘쳤다.
다행이다.
몸의 에너지를 다 써버린 딸이 이대로 몸살이라도 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대회가 끝나니 또 다른 에너지가 샘솟는지 목소리에 힘이 넘치고 두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예민한 성격의 아이라 며칠간 제대로 음식도 못 먹고 그 힘든 운동을 했는데,
이제 식욕이 도는지 이것저것 먹고 싶은 음식들도 말한다.
우린 내일은 무얼 하며 놀까 구상하며 풀장에서 별이 뜰 때까지 놀았다.
서점에 가서 네가 좋아하는 책을 잔뜩 사줄게. 수고한 선물로 말이야.
그렇게 우린 캘리포니아에서의 대회를 마치고 괌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딸은 오자마자 다시 레슨을 시작하고, 골프를 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와는 달라진 마음으로.
목표와 열정을 가지고,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다시 시작했다.
여전히 어떤 날은 잘 맞던 우드가 굴러가고,
그린 위의 공은 홀컵을 지나 넘어가버린다.
하지만 또 내일은 버디를 5개나 잡고, 그림같이 아름다운 티샷을 날린다.
딸은 여전히 괌 토너먼트에서 1등을 하고,
다음 IMG 주어니월드 챔피언쉽을 준비한다.
힘들고 괴로웠지만,
그보다 값진 열정을 배운 첫 대회.
이 기억을 영원히 잊지 말고 간직해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열정의 꽃을 피울 그 날은 기대해본다.
내년엔 엄마가 우산꽂이와 의자가 달린 풀카트를 사줄게. 우산도 제일 큰 걸로 꽂아주고!
이젠 내 키를 훌쩍 넘긴 15살이 된 딸은 여전히 매년 대회를 나간다.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매해 조금씩 성장하고 있고,
여전히 열정을 가지고 꿈을 좇는다.
나는 딸의 꿈이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그건 나의 꿈이기도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