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을 해온 비즈니스를 접었다.

코로나 폐업

by 별빛

나는 결혼 전 한국에 살 때 외국인 회사를 다녔다.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하고, 주어진 업무만을 하며, 경기의 흐름에 큰 상관없이 매달 꼬박꼬박 월급이 들어오는 직장인.

단 한 번도 내가 사업을 하리라고는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던 내가, 남편의 권유로 이곳 낯선 땅에서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두 아이를 낳고 키워 이제 막 프리스쿨에 보내기 시작했을 그 무렵,

난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새로운 일에 뛰어들었다.

건물주와 계약을 하고, 소방서와 보건국의 인스펙션을 받고, 사업자 등록을 내기까지 끝도 없는 절차와 기다림.

하나를 풀고 나면 또 새로운 문제가 주어지고, 이제 넘어갔나 싶으면 다른 데서 제동이 걸리고,

처음 해본 사업은 완벽주의자인 나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안겨줬다.

시키는 업무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닌 모든 책임이 나에게 주어지는 일.

매일 밤, 내일은 무엇을 해야 하나 머릿속으로 정리하며 잠을 설치기 일쑤였고, 뭔가 빠트린 것은 없는지 수십 번을 확인하는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리테일 사업자 등록증을 손에 넣고 주류 판매허가를 기다리고 있던 무렵,

우리 매장 안에는 이미 주류가 진열되어 있었다.

전주인에게 그대로 인수받은 물건들이었고, 판매를 기다리고 있던 제품들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들이닥친 공무원들이, 주류 허가증을 요구했다.

한 달에 한 번만 발행하기 때문에 아직 발행일을 기다리고 있는 형편임을 설명했으나, 판매하지 않더라도 주류를 진열하고 있으면 안 된다며 진열장의 모든 술들을 전부 압수해 갔다.

밸런타인 30년이 내 눈앞에서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때로는 그냥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것들도 있다.

지금은 안될 것만 같아도 시간이 흐르면 어떻게든 풀리는 일들...

그런데 난 그때 그걸 알지 못했다.

지금 당장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지구가 멸망이라도 할 것처럼 좌절하고 발을 동동 구르며 어쩔 줄 몰라했다.


그렇게 힘들게 시작한 내 이름을 건 사업.

시작을 하고 나서도 예상했던 대로 손님은 많질 않았다.

매장 안에 더 많은 다양한 물건을 채워 손님을 끌기 위해, 나는 투잡을 뛰며 아이들을 가르쳤다.

사업 시작 전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튜터로 일하고 있었던 나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함과 동시에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정리하려던 계획을 지키지 못하고, 튜터로 일을 해 번 돈을 나의 사업장에 모두 쏟아부었다.

낮에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밤에는 미국 시간대에 맞춰 업체들에 이메일과 전화를 걸며 새로운 물건들을 들여오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어느 순간 매장 안이 꽉 찬 게 느껴졌다.

조금씩 손님이 늘기 시작했고, 사업 시작 2년쯤 지나 나는 성공의 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너무 바빠 점심 먹을 시간도 없이 몰아닥치는 손님들을 대하며,

금고 안의 돈이 넘쳐나도록 바쁜 나날들을 보냈다.

늘 내가 노력하는 만큼 그 대가는 따라왔고, 나는 열심히 일했다.


그렇게 지난 세월이 10년....


그런데 코로나가 닥쳤다.

모든 하늘길은 막히고, 관광지인 이곳 괌에 관광객이 사라졌다.

치솟는 확진자 숫자에 괌 정부는 도시 전체를 락다운 시키고 모든 사업장은 문을 닫았다.

아니, 정부의 락다운이 해지되었다고 해도 나는 내 사업장을 열 수 없었다. 어차피 열어봐야 찾아 줄 관광객은 없었으니까....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물건을 구비해 놓은 곳이 아닌 관광객들을 위한 물건을 팔던 나의 사업장은 말 그대로 망했다.

7개월.... 코로나가 지나가는 동안 꽁꽁 닫혀있던 사업장 안의 물건들은 그 가치를 잃어갔다.

식품과 영양제는 유효기간을 지나거나 임박해졌고,

관광객이 즐겨 사던 물건들은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쓸모없는 물건이 되어버렸다.

설상가상으로 건물주는 임대료를 재촉하며 더 이상 깎아줄 의향을 내보이질 않았고,

나는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그렇게 10년간 나의 열정과 젊음을 고스란히 쏟아부은 나의 사업장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매장 안의 물건들을 헐값에 정리하고,

남은 물건들에 미련을 버리지 못해 바리바리 싸들고 짐을 옮기면서

나는 그간 나를 짓누르던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것 같았다.

마냥 슬프기만 할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도 홀가분하고 해방된 느낌이 들었다.

코로나가 시작되고 지난 7개월.... 매장을 열지도 닫지도 못한 채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도 하지 못하고 그저 마냥 기다리기만 했던 시간들....

그 불확실한 상황에서 벗어나, 내가 주체가 되어 결정한 클로징.

나는 이 사업의 시작을 정했듯, 이사업의 끝도 정한 것이다.



코로나가 원망스럽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난 그 어느때보다 평온하다.

불과 한달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상황만을 탓하며 마음을 태우던 그때에 비하면,

모든 결정을 내리고 정리를 끝낸 지금,

밀린 숙제를 끝낸것처럼 가볍고 홀가분 하다.

인생을 살다보면 예상치 못한 일들을 마주치는건 너무나 당연한 일들이다.

그때마다 어쩔줄 몰라 방황하는 대신, 조금 더 빠른 결단을 내리고 행동에 옮긴다면,

나의 소중한 인생의 시간들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을거란 교훈을 얻었다.


원망과 불평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시간을 흘러보내는 대신,

나는 내가 지금 행복할 수 있는 일들에 집중하기로 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