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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 Oct 24. 2022

행복한 시간

소소한 행복

아침 8시 15분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이 시작된다.

알람 소리에 힘겹게 눈을 뜰 때면 애들을 보내자마자 다시 침대로 오리라 다짐하곤 하지만, 막상 이 시간이 되면 눈은 말똥 해지고 온갖 피로가 사라진다.

핸드폰을 보스 스피커에 연결해 '그때인 가요' 네이버 방송을 튼다.

이십여 년이 지난 옛 노래를 들으며 설거지를 하고, 청소기를 돌린다.

집 정리를 끝내고 어떤 날은 글을 쓰고, 어떤 날은 책을 읽지만,

오늘은 방으로 올라가 화장을 한다.

흰머리가 숭숭 올라온 머리가 맘에 안 들지만 에어 랩과 스트레이트너로 최대한 흰머리가 안 보이는 각도로 머리를 만지고, 마스카라와 립스틱까지 바르면 이제 외출 준비 끝.

이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아직 채 10시가 되지 않았다.


차를 몰고 쇼핑몰이 문을 열 시간에 맞춰 출발한다.

오전의 한가한 쇼핑몰에서 추워진 날씨에 필요한 아들의 골프 스웨터를 고르고,

요즘 한창 메이크업에 열 올리는 딸의 클렌징 와잎을 산다.

따끈한 전골요리에 딱일 것 같은 냄비도 넣고,

예쁜 색의 라자냐 오븐기도 하나 고른다.

이사를 하며 끝도 없이 짐을 버리면서 무조건 미니멀리즘을 외쳤던 나인데,

살다 보니 없는 게 너무 많아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결국, 다 비운 키친 캐비닛을 다시 또 야금야금 채우는 중이다.


이제 코스트코로 향한다.

늘 구입하는 건 불고기감과 립아이 스테이크.

오늘은 갈비찜을 해볼까?

적당한 마블링이 감도는 하나 먹기도 버거워 보이는 엄청난 크기의 왕갈비가 가지런히 들어있다.

제일 예쁜 것으로 골라 넣고, 샐러드와 베리도 담고, 세일 중인 고디바 초콜릿도 담는다.


장보기를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

파란 하늘에 쨍한 햇살 사이로, 차가운 바람이 부는 가을.

일부러 하이웨이가 아닌 동네길을 돌고 돌아 혼자만의 드라이브를 최대한 만끽하며 달린다.

주욱 늘어선 가로수들이 가을 옷을 갈아입어 오렌지 빛이 되었다.

집 앞 커피집에 들러, 민트 모히토 커피를 하나 시킨다.

향긋함이 입안 가득 퍼지는 커피를 한모금 들이키는 이 순간,

참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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