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중문화의 전 세계적 성공은 fomo의 부산물인가
1990년대~2000년대 초반, 한국에 막 진출했거나 진출 후 사세 성장을 시전 했다가 실패한 외국 기업들, 예전에 한 번씩들 들어봤을 것이다. 월마트, 까르푸는 이마트에 밀렸고, 테스코는 월마트, 까르푸가 고전하는 것을 보고 삼성과 합작해서 홈플러스로 진출했으나 결국 한국에서 후퇴, 세계적인 생활용품 기업이자 마케팅 사관학교로 명성이 높은 피앤지, 유니레버도 유독 한국에선 한 두 개 제품군을 빼고는 고전했는데, 특히 헤어케어 시장과 화장품 시장에서 고전했다. 아모레 퍼시픽, 엘지생활건강 등 지금은 케이뷰티를 전파하고 있는 한국 화장품 대기업들이 프리미엄 화장품부터 로드샵,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빠른 제품 개발과 (초창기엔 주로 외국 기업들의 제품을 많이 참고했다) 활발한 가격 프로모션, 마진의 유연함에 유통기업과의 직간접적 관계들까지 종합적으로 공세 하는 기세에 미국, 유럽, 동남아 시장에 맞춰 성장해 온 DNA를 가진 회사들은 혀를 내두르며 제품군, 브랜드를 줄이거나 제품만 들여오고 유통은 다른 기업과 손잡는 형태로 축소되었다.
뭔가 한국 시장은 “빠르게” “새롭게” “더 낫게” “더 싸게” 가 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장 규모는 5천만 명 인구밖에 되지 않지만 운영의 복잡도는 높아서 외국계 소비재, 유통 기업들이 특히 고전하기로 유명한 시장이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이렇게 내가 뭘 사용하는지 남에게 잘 보이지 않는 제품군들은 국내 브랜드를 소비하는데, 명품이라 불리는 럭셔리 브랜드나 한때 리셀 열품을 일으킨 스니커즈 시장에서 순수 한국 브랜드가 소비되기는커녕, 럭셔리 시장에서 한국은 1인당 소비액이 가장 높은 나라로 매년 기록을 경신 중이다.
이건 왜 이럴까? 우리는 뭔가 DNA에 ‘남들이 하는 것은 해야 불안하지 않은’ 인자가 깊이 박힌 것은 아닐까? ‘이거 요즘 유행이에요’ 한 마디에 중고등학생들이 모두 몇십만 원 하는 노스페이스 패딩을 입었다가, 바로 다음 해 유행이 바뀌었다고 다 내팽개친 바람에 자식들 노스페이스 패딩 입은 4-50대들이 한동안 거리에 넘쳐 나더니 (이때는 너도 나도 김밥룩으로 불리던 검은 패딩을 입었다) 이제 다시 롱패딩 입으면 웃음거리가 되고 노스페이스 패딩 정돈 입어줘야 패피라 아빠 줬던 노패를 다시 집어가는 자식들. (이제는 20대가 되었겠지?)
범고래 덩크라고 불리며 리셀 플랫폼에서 최고가를 경신하더니 지하철 한 칸에 범고래 신은 발만 20켤레는 보이도록 만들었던 스니커즈 붐을 지나, 코트에 프라이탁 가방 메고 무신사 페이지에 등장하는 비슷비슷한 사람들까지.
뭐 유행을 좇는 젊은이들이야 어느 나라에나 있고, 소셜 미디어와 숏폼이 발달한 요즘엔 그 속도도 짧아진 것은 당연하지만, 유독 한국에선 그 “트렌드”를 따르는 숫자가 많은 건 사실이다. 한국에 여행 오고 싶어 하는 많은 전세게 젊은이들에게 이유를 물어보면 ”한국은 어디 가나 트렌디한 장소와 물건들로 가득하고 거리에 패셔너블한 사람들이 넘쳐난다 “는 것. 이런 무서운 “트렌드 흡입” DNA 가 k pop, k culture의 전 세계적 유행을 가져온 것일지도 모른다. 빠른 유행을 많은 집단들이 소셜 미디어에 뿌려 대니까.
그래서인지, 한국은 개인화, 즉 personalization 서비스가 유독 고전하는 마켓이기도 하다. 내가 듣고 싶은 음악만 귀신같이 골라 준다는 스포티파이도 멜론을 따라잡지 못하고, 무서운 알고리즘으로 나도 몰랐던 내 취향도 알게 해 준다는 틱톡도 고전 중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취향”을 제공하는 서비스 중 가장 인기가 많은 카테고리는 “탑 100” “탑 10” 즉, “다른 사람들이 뭘 듣고 뭘 보는지”이다.
FOMO (Fear Of Missing Out)의 나라 한국. 어떤 불안함이 우리를 fomo에 빠지게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