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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vvy Apr 23. 2024

테크업계도 피해 갈 수 없는 '백 투 베이식'

뭣이 중헌디? 

시대에 따라 뜨는 직업, 지는 직업이 있고. 젊은이들에게 핫하게 여겨지는 직업 (주로 드라마의 남주가 어떤 직업인지를 보면 트렌드가 나온다)과 구리게 여겨지는 직업 (주로 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을 괴롭히는 역할이나 주변인물 중 하나의 직업으로 나온다)이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요즘 드라마들에서 주인공들의 직업은 대부분 의사, 재벌 후계자, 스타트업 사업가 등이다. 이 중, 의사는 음.. 뭐 요즘 이래 저래 말들이 많기도 하고 어차피 이과도 가야 하고 공부도 잘해야 하니 '대다수'에게 해당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재벌 후계자는, 이번 생에 착하게 살아서 다음 생을 기약하기로 하자. 

스타트업의 경우, 내가 사업을 일으켜 투자를 받고 시장에 돌풍을 일으켜 a 시리즈, b 시리즈, c 시리즈(는 없나요?)에 들어가는 멋진 스타트업 사업가가 되는 꿈도 꾸는 것도 허황된 것만은 아니다. 그리고 스타트업 창업이 부담된다면 테크 스타트업에 들어가서 일하면 되는 것 아닌가! 테크 스타트업에 다닌다고 하면 뭔가 일반 "회사원"은 아닌 느낌적 느낌으로 약간 있어빌리티 충만이기도 하다. 

판교나 성수동으로 출퇴근하며, 사원증 목에 걸고 (그 두꺼운 줄의 대기업형 목줄 말고 테크기업 느낌 사원증 뭔지 알죠?), 카시나에서 산 바지에 뉴발란스나 아식스 (요즘은 나이키 말고 이 브랜드들 뜨는 거 알죠?) 신고 후디 입고 배낭에 맥북과 의식 있는 젊은이 착장에 꼭 필요한 텀블러 꽂아서 공정 무역 커피를 사서 들고 다니면, "테크 프로페셔널 룩" 완성. 

요런 느낌, 알죠?

국내 테크 스타트업도 좋고, 알려진 글로벌 빅테크에 다니는 회사원이라면 금상첨화 간지이다. 회사 로고가 새겨진 배낭이나 후디 하나만으로도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지는 걸 느낄 수 있다. 해외 출장이라도 가면, 공항 검색대에서 (특히 그 회사의 본사가 있는 도시라면) "오 너 여기 다녀?"라며 화색이 도는 걸 보면 아, 이래서 사람은 출세해야 하나보다 라며 회사 뽕이 가득 차는 것이다. 

이제 서서히, 조금씩, 무의식 속에서 "이렇게 멋진 회사를 다니는 멋진 나"가 점점 커지면서, 이 회사에 어떻게든 붙어 있어야겠다는 불안감도 커질 것이다. 하지만 당신은 그 불안감을 눈치채지 못한다, 아니 외면한다. 왜냐하면 나는 이렇게 멋진 빅테크 또는 테크회사에 다니는 똑똑하고 트렌드를 알며 앞서가는 신지식인이기 때문이다.

AI의 급격한 발전으로 앞으로 어떤 직업들이 사라지고 영향을 받을 것인지에 대한 기사들이 쏟아지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내가 하는 일은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에, AI 가 절대 내 일을 대신할 수 없는 것을 내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만들어 내는 이런 감각적인 가치는 AI로는 구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회사는 나를 대체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쓰지만 당신의 무의식은 알고 있다. 이런 생각은 당신만 하고 있고 이미 회사의 의사 결정권자들은 AI가 (또는 아웃소싱이) 언제 당신을 대체할 것이고, 그러면 비용이 얼마나 절감될 것이고, 어떻게 전환 과정을 거칠지에 대해 논의가 이뤄지고 있거나 (대부분 큰 회사들은, 향후 십수 년간 비즈니스를 계속할 회사들이라면 이미 이런 논의는 끝났다고 봐야 한다) 결론이 났다는 것을. 


AI 얘기를 하고 있는데 왜 글의 제목은 "백 투 베이식"인가? 내가 AI 기술 자체를 모르기도 하고, 위에 기술한 것처럼 비즈니스 퍼슨으로 살아온 나의 짧은 생각으로는, 이미 회사 경영에서 AI 가 도입되어 사람을 대체하네 마네 하는 논의는 오래전에 끝났다고 보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빅테크 회사나 인프라 중심의 회사들은, 일반 소비자들이 모르는 사이에 상당 부분 AI 로의 전환을 끝내놓기도 했다. 언론을 장식하는 Gemini나 chat gpt가 상용화되기 전부터 말이다. 

저 말입니까?

사람이 하던 일 - 편집, 카피라이팅, 회계, SQL, 영상 제작, 번역 등등-을 AI 가 이미 대신하고 있다면, 어떤 역량이 사람들에게 더 중요할까? 

농반 진반으로 이제 농사를 지어야 하나, 메이크업 학원을 다녀야 하기도 하지만, 배운 것이 도둑질이라고 회사밥을 먹던 사람들이 농사나 메이크업을 평생 해 온 사람들처럼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 가운데 요즘 눈에 띄는 현상들이 있다.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테크 등 요즘 핫한 곳에서 사람들을 채용할 때나 기존 직원들에게 요구하는 역량들이 과거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초창기 빅 테크들이 disrupter (기존 질서를 전복하는)로서의 아이덴티티에 걸맞게, 기존과 다른 생각을 하고, 당장의 수익보다는 미래 가치를 생각하고 또 목표를 위해 뚝심 있게 갈 수 있는 역량을 가장 높게 샀다면 (그래서 "캠퍼스"타입의 오피스들이 각광받았던 것 같다), 지금은 이런 혁신적인 "spirit과 core value" (정신과 핵심 가치)는 유지하되, '기업 활동'의 근간에 더 집중하는 모습이다. 

아무리 미래 지향적인 혁신을 하더라도, 기업이란 애초에 이익을 남겨 그 이익의 재투자로 선순환을 만들어 그를 통해 사회와 구성원들 (주주와 직원들 포함) 에게 그 이익을 분배하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동안 '혁신'과 '미래'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불필요하게 인력을 많이 채용하고 (그래야 주식 시장에서 단기간에 몸집이 커진 회사의 미래 가치에 대한 지불을 지금 오른 주가로 반응해 줄 테니까), 이익을 도모하기보다는 기사화가 많이 될 활동에 오래 집중해 왔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보니 이 조직에서 구성원으로서 몇 년, 또는 십수 년 있다 보면 내가 다니는 회사가 얼마를 벌고 얼마를 쓰고 얼마를 남기는지 조차 모르는, 아니 왜 알아야 되는지 반문하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정작 내 돈으로 주식투자를 할 땐 그 회사의 재무지표는 기본이고, 오너의 도덕성을 위해 개인사까지 파악하면서 말이다. 


그래도 AI 가 대체하기에 아직은 어려운 "사람의 영역"은, 자기반성과 자기 객관화를 통한 발전을 할 수 있다는 점 아닐까? 피드백받아야만 머신 러닝을 할 수 있는 AI 와는 다르니, 다른 사람들의 피드백을 기다리지만 말고 나는 내가 다니는 조직의 비즈니스 베이식을 얼마나 파악하고 있는지 먼저 자기 점검부터 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상 오늘은 초큼 꼰대 같은 짧은 생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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