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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2019)> 후기(1)

우리는 모두 같은 현실에 살고 있다(1)_줄거리편

by SUN KIM

심야로 영화 <기생충>을 보았다. 밤이라 조금 더 감정적으로 보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재미있으면서 씁쓸하고 슬프기도 한 영화였다. 간단히 기록 차원에서 후기를 써보고자 한다. 중요한 건 이 후기는 해석이 아니라 감상평이라는 것. *스포 완전 포함*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11292


영화는 3가지 스토리 전환 시점이 있다. 영화의 전환 시점과 더불어 줄거리는 급반전을 이루고 장르가 변한다. 관객은 3가지의 다른 상황 속에서 주인공들의 삶을 공감하기도 괴리감을 느끼기도 하며 지루할 틈이 없이 영화 속으로 빠져든다. 전체적으로 마더(김혜자 주연)의 전체적인 흐름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반지하의 삶에서 지상의 삶으로_코미디

반지하에 사는 기택(송강호)의 가족은 모두가 백수 상태다. 와이파이가 터지지도 않고 전기도 이제 쓸 수 없는 상태에서 살고 있다. 그런 집에서 아들 기우(최우식)는 부잣집 친구 덕에 과외를 할 기회가 생긴다. 이 계기를 시작으로 가족 모두가 부잣집(글로벌 IT기업 대표 박사장(이선균)의 집)에 거짓으로 취직을 한다. 그때부터 이 가족의 사기 취직 행각이 펼쳐진다. 그들의 '계획'대로 흘러가자 이들은 더 나은 삶을 꿈꾸기 시작한다. 이대로라면 반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기 시작하고, 미리 상상해보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기택의 딸 기정(박소담)은 박사장의 부인 연교(조여정)를 속여 아들이 미술치료 교사로, 기택은 박사장의 운전기사로, 기택의 부인은 충숙(장혜진)은 박사장 가족이 이사 오기 전부터 집을 돌보던 가정부를 해고시키고 그 자리를 꿰찬다. 말 그대로 취직을 위해 '무엇이든' 한 것이다. 기택의 가족은 이대로만 흘러가면 해피 엔딩임이 틀림없다. 장밋빛 미래가 펼쳐지던 어느 날, 박사장의 가족이 아들의 생일을 기념해 캠핑을 가고 집이 빈다. 기택의 가족에겐 축제의 날인 것이다.


지상의 삶에서 현실로_서스펜스

집이 빈 틈을 타 기택의 가족은 음식과 술을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마치 저택의 주인이 된 것처럼 한참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그때, 이전 가정부(이정은)가 방문하면서 상황은 급반전을 이룬다.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지하에 놔두고 간 게 있다는 사정을 듣고 문을 열어주지만, 그때부터 문제가 생긴다. 기택의 가족은 숨겨진 지하 방에 이전 가정부가 남편을 숨겨놓은 사실을 알게 되고, 결국 서로의 모든 비밀을 알게 된다.

서로 증거를 가지고 협박하는 과정이 이어지며 가정부 부부와 기택의 가족은 뒤엉켜 싸운다. 마치 하나의 직장을 두고 여러 사람이 경쟁하는 고용인의 세계를 대변하는 듯이 말이다. 하층민끼리 생존을 위해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은 계약직의 세계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그러다 싸움이 계속되던 중에 박사장 가족이 쏟아지는 비 때문에 갑자기 집으로 돌아온다는 연락이 온다.

기택의 가족은 가정부 부부를 지하에 가두고, 기택의 부인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박사장 가족을 맞이한다. 기택의 가족과 가정부 부부, 그리고 박사장 가족이 한 집안에 있는 아슬아슬한 순간이다. 설상가상으로 박사장의 아들은 정원에 있는 텐트에서 있겠다고 고집을 피우고, 박사장 부부는 기택의 가족이 숨어 있는 거실에서 잠이 든다. 부부의 모든 대화와 행동이 여지없이 노출되는 상황에서 기택에게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박사장의 말, 특히 "행동은 선을 넘지 않는데, 냄새가 선을 넘어"라는 말이 기택의 마음에 비수처럼 꽂힌다.

씁쓸한 마음을 안고 이들은 부부가 잠든 사이 무사히 저택을 빠져나온다. 그들의 반지하 집으로 돌아가며 온 몸이 젖은 기우에게 기택은 "집에 가서 샤워하자"라고 다독인다. 그러나 도착해보니 그들의 집은 없다. 반지하 집은 이미 물이 들어차 있었고, 가장 중요한 물건만 챙겨 도망쳐야 하는 상황이다. 기택은 부인의 메달과 상장을, 아들은 친구가 선물로 준 수석(돌)을 챙기고, 딸은 꼭꼭 숨겨두었던 담배를 찾아 핀다. 이들은 공공 대피소인 체육관에서 밤을 보낸다. 밤이 시작되었던 지상의 삶에서 현실의 바닥으로 내쳐진 새벽, 모두가 지쳐있다. 멍한 얼굴을 한 아들 기우는 체육관 바닥에 누워 기택에게 "아버지, 이제 우리 계획이 뭐죠?"라고 묻는다. 그러자 기택은 "절대 실패하지 않는 계획이 뭔지 아니? 무계획이야. 계획이 없으면 아무것도 상관이 없거든. 사람을 죽이든 나라는 팔아먹든”이라고 답한다. 그러자 아들 기우는 챙겨 온 수석을 가슴에 꼭 품으며 "죄송해요. 아버지, 제가 책임질게요"라며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현실에서 환상으로_호러

아슬아슬한 밤을 지낸 뒤, 박사장의 부인은 실패한 캠핑을 만회하기 위해 가든파티를 열기로 한다. 쉬는 날이지만 기택의 가족 모두에게 따로 연락을 한 부인은 자신의 계획을 무척 흡족해한다. 심지어 비가 와 날씨가 너무 좋다면서 말이다. 체육관에서 젖지 않은 옷을 주워 입고 기택의 가족들은 지친 상태로 저택으로 돌아온다.

기택의 가족은 어제의 그 사람들이 아니다. 부부의 내밀한 대화를 들어버렸기 때문이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하룻밤 동안 온몸으로 체험한 가족들은 가든파티를 준비하면서 점점 더 얼굴이 어두워져 간다. 그러던 중 아들 기우는 수석을 가방에 숨겨 들어가 지하방으로 내려간다. 돌로 갇힌 가정부 부부를 해할 목적이었던 기우는 되려 가정부 남편에게 당한다. 가정부 남편은 머리를 다친 부인이 죽어가는 모습을 봐왔던 터라 분노가 가득한 상태다.

지상에 올라오자마자 기우를 돌로 머리를 내려치고는 부엌칼을 들고 가든파티가 열리는 현장으로 향한다. 곧장 기택의 부인으로 달려가 딸의 어깨 쪽 가슴을 찌른다. 피가 뿜어져 나오는 걸 보고 기택은 딸에게 달려가고, 그걸 본 박사장의 아들은 실신한다. 동시에 가정부의 남편은 기택의 부인을 공격한다. 몸싸움이 이어지다 가정부 남편은 창에 찔리고 쓰러진다.

정신이 없는 가운데 박사장은 아들을 데리고 병원에 가야 한다며 딸의 가슴을 누르는 기택에게 차키라도 던지라고 한다. 알떨떨한 상태로 딸에게서 손을 때고 차키를 던진다, 차키가 쓰러진 가정부 남편의 몸 밑으로 들어가고, 이를 박사장은 지독한 냄새를 맡았다는 듯 코를 막고 꺼낸다. 그 모습을 본 기택은 갑자기 박사장에게 달려가 딸이 찔렸던 칼로 가슴을 찔러 버린다. 파티는 더없이 아수라장이 되고, 기택은 저택을 빠져나와 그 뒤로 모습을 감춘다.

그 뒤로 저택의 사건은 뉴스에서 끝없이 다루어지고 기택은 수배가 내려진다. 하지만 살아남은 기택의 아들과 부인을 포함해 기택의 소식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다 우연히 기택의 아들은 기택이 저택 지하방에 숨어 있는 걸 알게 된다. 가정부의 남편이 숨어 있던 그곳에 말이다. ‘가장 안전한’ 그 곳에서 기택은 모스부호로 매일 아들에게 편지를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아들 기택은 지하방에 숨은 기택에게 자신이 꼭 돈을 벌어 저택을 사겠으니 지상으로 나오기만 한다는 편지를 쓴다. 편지 장면을 끝으로 이 영화는 끝난다. 마지막 장면이 현실인지 환상인지는 알 수가 없는 상태로 말이다.


현실과 공존하는 두 세계 그리고 세계를 넘나드는 공허한 꿈

우리는 같은 현실에서 살고 있다. 같은 사회, 같은 현실. 하지만 각자 다른 세계에 산다. 그 세계들의 구분선이 현실에서는 보이기도 보이지 않기도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너무나 극명하게 보인다. 물질적인 환경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정신적인 힘도 다른 세계를 만들어낸다. 밝고 어두운 세계, 풍족하고 가난한 세계, 그리고 평등하고 불평등한 세계는 모두 하나의 현실에서 공존한다. 하지만 각 세계에 속한 사람들은 그 속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견고하게 유지하기에 서로 넘나들기가 어렵다.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에서 지상과 지하 세계를 대조시킨다. 두 세계가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직업을 통해 펼쳐놓는다. 하나의 현실, 특히 한 집안에서 두 세계가 공존하는 유일한 방식은 고용주와 고용인의 관계가 유지될 때다.

IT 회사 대표 부인과 가정부의 상호작용은 두 세계가 만나는 접점이다. 대표와 운전기사의 상호작용도 마찬가지다. 대표 부부는 두 세계의 구분선을 더 명확히 알고 있으며, 그 '선'에 대한 민감도가 굉장히 높다. 재미있는 사실은 부부 사이에서도 그 구분선이 있다는 것이다. 부인은 대표에게 고용인들의 문제점을 감추며 자신의 능력이 의심받지 않기 위해 애쓴다. 마치 부부 사이에 고용주와 고용인의 관계가 존재하는 것처럼 말이다. 서로에게도 '선'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 구분선을 뛰어넘는 자는 드물다. 아들 기우의 마지막 편지는 세계의 선을 넘어서는 '꿈' 또는 '계획'을 쓴 것이다. 하지만 계획 같지만 구체적이지 않은 이 계획은 공허하게만 들릴 뿐이다. 돈을 벌겠다고 하지만 돈을 어떻게 벌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영화의 엔딩은 마지막 편지가 현실로 이루어졌는지 아닌지 말해주지 않는다.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적어도 나에겐 기택의 “무계획이 실패하지 않는 계획”이라는 자조적인 멘트가 아들의 편지에 스며들어 있는 듯해 마음이 아팠다. 이 영화의 끝을 희망적으로 볼지 아니면 공허하게 볼지는 관객 한 명 한 명의 해석에 따라 다를 것 같다.


2편에서 계속.


2019년 06월 01일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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