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조각으로 찢어지다.
가끔 우리는 가슴 아픈 순간을 마주할 때가 있다. 어릴 때는 몰랐던 깊은 아픔들을 하나씩 알게 된다. 그럴 때면 이런 게 나이 드는 과정인가 싶다.
마음이 천 개의 조각으로 찢어졌다. 알 수 없는 배신감, 확인할 수 없는 의심, 어쩔 수 없는 실망감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의 칼들이 온전한 내 마음을 찢어놓았다. 이 조각들을 어떻게 이어 붙일 수 있을까. 현재로는 알 수가 없다.
한 조각 한 조각을 가까스로 끌어와 가까이라도 두고 싶다. 온전한 형태가 아니라도 부분만이라도 제 기능을 할 수 있게. 지금은 찢어져 버린 천조각이 아무 쓸모가 없듯이 마음이 아무짝에도 쓸 데가 없다. 차라리 없었으면 싶다. 그러면 고통스럽지도 않을 텐데.
그냥 아프다. 누가 건들기만 해도 찢어진 조각들이 더 작게 쪼개어질 것만 같다. 누구도 건드리지 말았으면 좋겠다. 조각을 한 두 개라도 모을 때까지 모든 게 기다려 주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속상하다는 말은 말 그대로 '속이 상한다'라는 말임을 이제야 깨닫는다. 순진하게도 나이가 들면 지혜가 생겨 속상할 일이 적어질 줄 알았다. 오히려 속상함의 강도는 더 세지고, 경험으로 견디는 힘이 커질 뿐이라는 걸 이제는 알겠다.
지금은 찢어진 천 개의 조각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다. 마치 그 흩어진 자리가 제자리인 듯이. "괜찮아"라고 말하며 한동안 가만히 다독이기만 하겠다.
2019년 06월 19일 수요일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