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바이러스
요즘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나라가 어지럽다.
통제되어 가던 차에 신천지 교도들에게서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했다. 이 현상으로 많은 현상들이 또 파생되기 시작했다. 공통적인 반응은 모두 신천지라는 이단에 빠진 사람들의 수가 어마어마하다는 걸 보고 놀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외에는 각기 다른 시각으로 이 현상을 보고 있다.
어떤 이들은 바이러스가 한국 내에 퍼진 것이 정부 탓이라고들 한다. 중국인들을 입국금지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고 한다. 어떤 이들은 순전히 신천지 교도들 때문이라고 한다. 또 어떤 이들은 하늘의 심판이 온 것이라고 한다. 신천교도들은 자신들이 희생자라고, 사회는 이들이 가해자라고 말한다. 이 모두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다. 확실한 두 가지는 우리는 확실한 원인을 알 수 없으며, 현재는 누구를 탓하기 전에 바이러스를 막는 최대한의 인간적인 노력을 쏟아붓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선, 나는 철저히 그리스도인으로서 이 글을 쓰고 있다는 걸 밝힌다. 정치적인 견해가 아닌, 한 명의 신앙인으로서 회개의 글을 쓰고자 한다.
신천지 바이러스라는 이 현상은 나에게 많은 걸 알려주었다. 이 나라에 얼마나 많은 이단이 있는지, 그 이단들이 어떠한 교리를 펼치고 있는지, 왜 그들에게 사람들이 빠지는지, 왜 빠져나오지 못하는지 등에 대해서 말이다. 신천지에 대한 여러 정보를 접하면서, 30만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가 이단에 몸 담고 있다는 것이 가장 충격적이었다. 이 모든 것에 무지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고, 이웃들의 일에 무관심했던 것을 회개한다.
신천지는 원래 일반 교회 교인들이 목표였다
신천지의 초기 포교대상은 일반 교인들이었다. 특히 성경 공부 를 더 하고 싶어하는, 말씀에 목마른 일반교회 교인들이었다. 일반교회에 잠임하거나 개인적인 친분을 빙자해 모임을 만들어 끌어들였다. 그 결과 이름만 들으면 아는 큰 교회의 기도 팀장과 같은 직분이 높은 사람들이 신천지에 많이 빠졌다고 한다.
여기서 나는 두 가지 문제점이 보였다. 하나는 성도들이 말씀에 대한 목마름이 있다는 이야기는 일반 교회에서 제공하는 성경공부의 기회가 분명 충분치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어쩌면 성경을 통해 마음의 평안을 얻고자 부단히 노력하는 성도들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목마름이 해소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둘째는 직분이 높은 사람들이 신천지로 갔다는 뜻은 믿음이 약한 사람들이 일반 교회에서 높은 직분을 가지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교회 직분은 직업이나 헌금이 아닌 영성과 헌신을 기준으로 주어져야 한다. 성도들이 올바른 신앙의 길로 가도록 섬겨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신천지가 가장 기피하는 대상이 전도사라고 한다. 전도사들은 올바른 신앙이 이미 뿌리내려 있기에 허술한 교리로 미혹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올바른 믿음이 있는 사람이 직분을 가지고 있지 않기에, 신천지의 미혹에 넘어갔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모든 곳이 그렇다고는 말할 수 없으나, 현재 한국 교회의 문제점을 간과하기는 어렵다.
이제 신천지는 목표 대상을 많이 바꾸었다 한다. 일반 교회에서 많은 이단 교육을 통해 신천지의 수법들이 드러나게 되면서, 종교가 없는 일반인들을 포교 대상으로 삼기 시작했다. 일반인들은 신천지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기에, 공공 장소에서 공개적인 포교 활동을 통해 끌어 들이고 있다.
신천지에 빠지는 것은 교리 때문이 아니다
우리는 뉴스를 보면서 '왜 저런 허술한 교리에 빠질까'라는 생각을 한다. 이단을 연구하는 기관들의 글을 종합해본 결과, 신천지에 빠지는 것은 꽤나 인간적인 이유였다. 이단들은 개개인의 신상을 공유하며 한 사람을 공략하는데 (신천지의 경우)20여 명의 인원이 동원된다고 한다. 목표한 그 사람이 완전히 인간적으로 의지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들은 불평, 불만이 많거나, 화가 많거나, 슬픈 사람을 공략한다고 한다. 오직 그들만이 그 사람의 마음을 알아주며, 도와준다고 믿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특히 취업난 등으로 불안감과 좌절감을 느끼는 20-30대를 많이 공략한다고 한다. 우연을 가장하여 인간적인 관계를 맺고, 완전히 그들을 의지하게 만든 다음에야 신천지라는 것을 밝힌다고 한다.
한 마디로 '천국'을 경험하게 해준뒤, 이 곳을 나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며, 그들과의 관계도 영원히 끝난다고 겁을 준다고 한다. 그러면 잘못된 것임을 알면서도 자신의 모든 것을 받아주는 그 느낌을 버리기가 어려워, 신천지에 남게된다고 한다. 그 천국같은 느낌이 모두 만들어진 것임에도 말이다.
어쩌면 일반 교회에서 이 품어주는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 부분은 나 또한 느꼈던 문제다. 나는 집안이 불교이지만, 유학을 하면서 이민 교회를 나가게 되었다. 작은 이민 교회에서 다행히 좋은 목사님을 만나 신앙이 자랄 수 있었다. 나를 비롯해 많은 대학생들이 목사님과 함께 교회에 정착했다.
그 당시에는 인간적으로 챙겨주고, 도와주시며, 고민을 들어주시는 목사님이 감사하면서, '교회는 이런 곳이구나'라고 생각했다. 아담한 교회에서 오순도순 이야기하고, 시간을 보내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했다. 모든 목사님이, 모든 교회가 그런가 보다 했다. 하지만 한국으로 돌아온 뒤로 그게 아니라는 걸 많이 깨달았다. (물론 좋은 교회와 목사님이 많다. 단지 당시에는 내가 몰랐을 뿐이다)
유학 생활 동안 신앙을 가졌다가 한국으로 돌아온 뒤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와 같은 이유일 수 있다. 교회를 가서 속 이야기를 안심하고 할 수가 없었고, 진정성이 느껴지는 위로를 얻기가 어려웠다. 한국 대형 교회에서 느끼는 무존재감과 허레허식에 대한 회의감도 커졌다. 그래서 한 동안 교회를 등록하지 않고 예배만 참석해 혼자 기도했었다. 이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물론 한국에서는 한 명의 목사님이 많은 신도들을 만나야 하기에, 물리적인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정말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단지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솔직히 문제를 이야기하고 위로를 받고 함께 기도할 수 있는 환경이 일반 교회에서는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이다. 어쩌면 보이는 것에 치중하는 문화가 교회 안에서도 스며들어 '좋은 이미지'만을 유지하려는 욕구가 성도들 한 명, 한 명에게 남아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실 교회란 화려한 겉모습이 아니라 추악한 내면을 고백하고 고쳐나가는 곳이어야 한다. 보기 어려운 상처를 드러내놓고 치유를 받아야 하는 곳이어야 한다. 마음을 열고 영혼을 맡겨야 하기에 더욱 안전감을 느껴야 하는 곳이다.
신천지에서 빠져나와도 돌아갈 곳이 없다
이번 일로 알게된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신천지에서 빠져나왔던 사람들이 일반 교회에 적응을 못하여 또 다른 이단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일반 교회 교인들이 보는 시선 때문이라고 한다. 다른 하나는 일반 교회 교인들조차 못 믿게 된 트라우마 때문이라고 한다.
신천지가 종교사기라는 걸 깨닫고 탈출한 후에도 어려움이 계속 된다. 일반 교회로 돌아가면 쑥덕거리는 소리에 오래 견디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이단에 빠져 또 다시 거짓 위로를 받는 경우가 많다. 신앙이 굳건해도 인간적인 어려움이 닥치면 낙담하는 경우가 많은데, 하물며 영혼에 이미 상하고 아직 올바른 교리가 다시 자리잡지 못한 이들에게 또 다른 종류의 상처가 생기면 얼마나 견디기가 힘들까. 우린 오히려 이단에 빠졌다 나온 사람들의 용기에 박수를 쳐줘야 하며,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어야 한다. 환영받는 느낌이 없는 곳에 돌아갈, 상처받은 영혼은 없다.
이들은 이미 한 번 믿음을 빌미로 사기를 당했던 사람이다. 일반 사기도 믿었던 사람들에게 배신당한 느낌 때문에 사람을 믿지 못하는데, 자신의 영혼을 맡겼던 사람들에게 배신당한 느낌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그래서 빠져나온 이들은 종종 일반 교회를 가서도 옆 사람이 신천지 추수꾼이 아닐까하는 의심이 자꾸만 든다고 한다. 처음 당했던 그 경험이 자꾸만 떠오르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이 겹쳐 빠져나온 사람들이 일반 교회를 가는 대신, 이단에서 나온 이들이 세운 교회에 많이 간다고 한다. 신천지에서 빠져나온 경험이 있는 목사님, 전도사들이 있는 교회로 가는 것이다. 같은 아픔을 겪었기에 이해의 폭이 훨씬 넓고 깊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이러한 교회를 찾는 것이 쉽지 않을 뿐더러, 물리적으로 불가한 경우가 많다. 우리는 이 상처받은 영혼들을 끌어 않아야 한다.
비단 이단에서 빠져나온 사람들 뿐일까. 나는 한국의 일반 교회에서 장애인, 미혼모, 저소득계층이 평등한 신도로 잘 생활하는 걸 보지 못했다. 그들을 도와줘야할 존재로만 생각하며, 그들은 교회에서 높은 직분은 받지도 못할 뿐더러 평등한 성도로 인정을 받는 것 같지도 않다. 이러한 모습들이 장애인들을 신도로 받아들이지도 않는 이단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 미혼모 사역을 한다던 작은 개척교회에 다닌 적이 있다. 취지가 좋은 곳이었기에 갔던 곳이었다. 그러나 미혼모를 대하는 태도를 보고 나는 그 교회에서 나왔다. 내가 보기에도 다른 성도와 뚜렷이 비교되는 목회자들의 태도에 한 동안 혼란이 왔었다. 물론 그들도 사람이기에 어쩔 수는 한계가 있었겠지만, 예수를 닮아가야 하는 사람들로서, 그 노력은 진심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 신천지 바이러스라고 불리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기존 교회에서도 고민이 깊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일반 교회의 교인으로서, 나도 그러지 않았는지 먼저 반성하고 생각해보려 한다. 이 작은 나라에서 수 많은 사람들이 이단에 빠지는 이유와 빠져나오게 하는 노력들이 너무나 약한 것은 아닌가.
교회 몸뚱이만을 불릴 것이 아니라, 영혼이 치유되는 경험이 성도 한 명 한 명에게서 나오는 단단한 교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받은 그 사랑을 사회 곳곳에 실천하며 사는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의 모습을 철저히 회개하며, 고쳐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 교회가 보여준 이제까지의 모습이 '사랑'이 아니었음을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이 반증하고 있다. 우리 성도들이 각자가 끼치는 선향 영향력이 이 사회를 나아지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죄인이다.
신천지나 이단에 빠진 사람들은 우리가 욕할 존재들이 아니라, 안타까워하며 그곳에서 견져내야할 우리 사회의 일원이다. 분노는 그 연약한 마음을 이용하고 세뇌시킨 교주와 단체의 고위직에게 향해야 한다.
이 많은 숫자의 사람들이 이단에 빠져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무관심했던 사회의 일원으로 회개한다. 부족하지만 내가 받은 사랑으로 이들을 품을 수 있도록 그러한 사회가 되도록 이끌어주시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