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 삶] Day 104
오랫동안 난 갈림길 끝에 서 있었다. 어디로 가야할 지 몰랐다.
그 순간마다 '사명'에 대해 생각했다. 왠지 나의 사명을 알게 되면 내가 무엇을 해야할 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사명'이란 뭘까?
사명을 흔히 어떤 일을 할 것인가에 대한 '부르심(calling)'이라 말한다. 내가 좋아하는 한 작가는 콜링에 대해서는 "하지 않을 수 없는 어떤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뜻이 헷갈렸다. 알고보니 소명(calling)과 사명(mission)을 혼동하고 있었다. 명쾌한 설명이 있어 아래에 덧붙인다.
예수님께서 베드로를 향하여 ‘나를 따라오라 내가 너희를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마 4:19)’ 말씀하셨다. ‘나를 따르라’ 라는 것은 하나님의 부르심, 소명이고,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 라는 것은 하나님의 맡기신 사명이다. 그러므로 소명은 내가 왜 여기 있는가? 라는 질문의 답이 되고, 사명은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의 답인 것이다.
출처: 진재혁 목사 칼럼
그렇다면 '사명'은 어떻게 찾는 것일까? 어떤 이는 나의 장단점을 적어보라고도 했고, 어떤 이는 마음이 끌리는 것이라고도 했다. 또 어떤 이는 음성을 들어야 한다고도 했다.
사명을 단지 진로라고 생각했기에 도저히 난 찾을 수가 없었다. 더욱 혼란스러울 뿐이었다. '나'를 알아야 한다는데, 도저히 나 자신을 알 수가 없었다. 도돌이 물음표 같았다.
어제 설교를 듣던 중, 하나의 생각이 선물처럼 주어졌다.
'사명은 사랑이다.'
'사명은 사랑이구나..누구를 더 사랑하고 싶은지, 무엇을 통해 사랑하고 싶은지를 알게 되는 거구나..'
누군가가 오래 전에 한 말이 생각났다. '어떤 사람들을 볼 때 내 마음이 아픈지'를 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했었다. 그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이 없으면 마음이 아프지 않다. 어떤 대상을 사랑할수록 마음이 더 아프다. 그리고 사랑할수록 더 기쁘다.
어쩌면 난 내가 어떤 사람들을 특별히 사랑하는지 모르고 산 것 뿐이었다.
그런데 그걸 왜 이제야 알았을까. 몰랐던 이유는 바로 내 안에 사랑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에겐 나눠줄 사랑이 없었다. 사랑이 없는 곳에서 사랑을 채우려 했고, 채워지지 않는 사랑에 마음은 늘 구멍이 나있었다. 하지만 그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그러니 사랑을 주어야 하는 대상이나 방법을 찾을 수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진정한 그리스도인은 모두 예수의 사랑을 전하고자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이다. 하지만 누구에게 어떻게 전할지는 각자가 다르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랑이 내 안에 충만하지 않으면, 그 어떠한 사명도 제대로 해낼 수가 없다. 고갈만 될 뿐이다. 사랑은 내 안을 가득 채우고 흘러 넘쳐야 밖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다른 이유는 욕망이 내 사랑이 향하는 곳을 가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돌이켜 보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욕망들은 자신에게서 기인한 것도 있지만, 사회 또는 부모가 원하는 잣대에 기인한 것도 많다. 남들의 가진 욕망에 나를 맞추려 하는 모습은 결국 그 대상에게 인정받아 사랑받고 싶어하는 우리의 연약한 내부의 모습일 뿐이다.
설사 그렇게 인정을 받는다 해도 사랑은 채워지지 않기에 우리는 허망함을 느끼게 된다. 돈과 명예 모두 가진 사람들이 그 감정을 더욱 극심하게 느끼는 경우가 많다. 사람의 인정도 그리고 사랑도 유한하며 변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우린 인간이기 때문에.
가장 인간적인 이유로 우리의 사랑은 불완전하고, 늘 부족하다. 그래서 그리스도의 완전한 사랑이 충만하게 채워져야 한다. 그 사랑으로 내가 사랑하는 다른 사람들을 위하고 섬길 수 있다. 그들이 어떠한 사람이든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사용해 그들이 기뻐하고 위로받을 수 있도록 말이다.
그 사랑의 행위가 나를 영웅으로 만들 수 없는 이유는, 그 사랑의 원천이 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우린 더욱 겸손해지고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사랑은 강요하지 않고 스스로를 움직이게 한다. 그리고 사랑은 온유하지만 무엇보다 강하다.
요즘 코로나 사태로 치료 일선에 자원한 의료인들을 보면 눈시울이 붉어진다. 환자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목숨을 걸고 일하고 있다. 나도 그들처럼 도울 수 있고 섬길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는 일은 언제나 있다. 장소가 직장이든, 가정이든 상관이 없다. 내가 존재하는 곳은 어디든 사랑을 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그렇게 주의의 작은 사명부터 찾아가고자 한다.
처음부터 큰 사명같은 건 없는 것 같다. 작은 사명들을 다 하다보면 그것이 사명을 다 하는 인생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사랑으로 채워가는 삶,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2020.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