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 삶을 위한 일 년] Day-3

연습문제 2. 이미지를 글로 쓰기

by SUN KIM

제 1강 일기쓰기


연습문제 2-1: 5분 동안 두 예시를 천천히 읽어보면서 마음에 울림을 주는 이미지를 찾아 동그라미를 치거나 목록을 적어보자.


<예시 1>

1987년 11월 23일 월요일 정오, 샌프란시스코

오늘 아침에는 새벽에 눈을 떴지만 막상 옷을 다 차려입고 나니 너무 피곤하고 몽롱했다. 그래서 다시 침대에 올라가 잠을 자기로 했다. 어쩌면 꿔야 할 꿈을 마저 다 꾸지 못했던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침실 창문 밖을 내다보니 매 한 마리가 날다가 커다란 소나무 꼭대기에 앉아 해가 뜨기를 기다렸다. 태양이 막 떠오르기 시작했고, 매는 동쪽으로 머리를 향하고 있었다. 내가 창가에 가서 서니 매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해가 뜨기를 기다렸다. 그래서 나도 자리에 앉아 해돋이를 기다리기로 했다.

요즘에는 내가 가는 곳마다 어디든 매가 있었다. 심지어는 이곳 도시에서도 말이다. 참 이상하고도 경이로운 일이다.

나도 다시 침대로 돌아가 꿈을 꾸었다. 새벽이었다. 나는 산호색의 빛 속에서 가볍게 떠다니는 꿈을 꾸었다.

가끔은 어느 하나가 다른 무언가와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이는데 사실은 관련이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의 비결은 글로 적는 것이다. 그 관련성을 굳이 알아내려 하지 않아도 된다. 눈에 비친 것을 그냥 한 번에 하나씩 글로 옮기는 것이다.

글쓰는 삶을 위한 일 년 | 수전 티베르기앵, 김성훈 저


<예시 2>

1942년 3월 14일 일요일 아침 10시

누군가 내 창문 밖 나뭇가지들을 가지치기했다. 전날 밤에만 해도 무성한 가지마다 반짝이는 열매처럼 매달려 있던 별들이 지금은 자신 없는 모습으로 헐벗어 피폐해진 나무 줄기 위에 올라가 있다. 그래, 맞아. 며칠 밤 사이에 저 별들 중 일부가 버림받은 드넓은 하늘의 평원에서 길을 잃고, 버려지고, 뜯겨나가고 말았다.

가지가 잘려나가는 동안 잠시 나는 감상적인 기분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깊은 슬픔에 잠겨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깨달았다. 나는 새로운 풍경 역시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그 풍경을 나만의 방식으로 사랑해주어야 한다. 이제 내 창문 밖 나무 두 그루는 수척하지만 당당한 고행자처럼 두 자루의 단검으로 밝은 하늘을 찌르며 들고일어나는 것 같다.

그리고 화요일 저녁에는 창밖에서 다시 한 번 격렬하게 전쟁이 벌어졌고, 나는 침대에 누워 그 모습을 모두 바라보고 있었다…….


[출처: 글쓰는 삶을 위한 일 년 | 수전 티베르기앵, 김성훈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558000116




연습문제 2-1: 10분 동안 당신의 일기에서 얻은 이미지에 대해 자유로운 글쓰기를 해보자.

전에 쓴 일기에서 마음에 울림을 주는 이미지를 찾으라고 했다. 만약 강렬한 이미지를 찾지 못했다면 눈을 감고 이미지가 떠오를 때까지 기다려보라고 했다. "이미지가 당신을 이끌게 해야 한다."


내가 쓴 일기라곤 2개 밖에 없어서 첫 번째 일기를 골라보았다.


2018년 12월 30일 일요일 밤, 부산 <제목: 새어머니의 생신날>

오늘은 새어머니의 생신이다. 그것도 환갑이다. 원래는 어제 내려갔어야 하지만, 뭔지 모를 어색함과 무력감이 나를 짓눌렀다. 결국 오늘 겨우 몸을 일으켜 기차표를 예약했다. 차를 가지고 갈까 기차를 탈까라는 고민을 스무시간 넘게 한 것이다. 11시에 못 이기듯 핸드폰 SRT 앱을 켰다. "5시 전에 도착해야 하는데, 2시 전엔 출발해야 할텐데"라며 중얼거렸다.

SRT앱에서 결국 딱 2시 정각 차편을 예약하는데 성공했다. 왠지 모를 성취감과 눈에 보이는 의무감으로 마음은 가벼워졌고 몸은 무거워졌다. 결국 1시까지 일어나지 못했다. 정확히 12시 50분. 마치 가위에 눌렸던 몸을 깨우듯 손가락부터 조금씩 움직였다. 몸을 욕실에 내맡기기까지 정확히 5분 정도 걸린 것 같다. 화장도 해야 하는데. 큰일이다.

한 번 시동을 거니, 몸은 저절로 움직였다.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리고, 헤어에센스를 바르고, 비비크림을 발랐다. 심혈을 기울여 눈썹을 한 올, 한 올 채운 다음,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립밤을 살짝 발랐다. 옷은 겨울이라 다행이었다. 코트는 정해졌으니,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 블랙으로 가자. 그 다음은 물론 거울보고 웃는 연습 한 번, 심호흡 한 번. 이제 준비가 다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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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 1일 화요일 새벽, 경주 <제목: 레퀴엠>

아침에 눈을 떴다. 팔을 움직여야 하는데 움직여지지 않는다. 두 팔과 두 다리가 영화 인크레더블에 나오는 일레스틱걸처럼 길게 늘어져 침대 네 모퉁이에 꽁꽁 묶여있는 것 같다. 물론 자의가 아니라 타의로. 몸은 동글랗고 커다란 속이 빈 멜론 껍질 안에서 허무맹랑하게 텀블링을 하는 중이다. 공허한 소리가 난다. 텅텅텅. 가까스로 매듭을 풀고 매트리스 밖으로 나와 욕실로 향한다. 이젠 신기하게도 몸이 로봇 팔처럼 움직인다. 프로그램화된 몸은 알아서 척척 내 머리와 몸을 쓱삭쓱삭 잘도 닦아낸다. 윙하는 소리와 함께 인공적인 바람이 스산히 불고, 나는 내 머리카락을 바람에 맡긴다. 잠시나마 바람이 부니 좋다. 찜기에 들어간 만두 같은 내 머리 속이 잠시 식혀지는 기분이다. 아, 머리가 아니라 가슴인가. 아니다. 오히려 가슴은 바람이 아닌 장작불같은 적정한 온기가 필요한 것 같다. 그래야 살아있는 인간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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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고 보니 참 기괴하다. 사실 준비하는 동안의 나의 심정이 복잡하기 그지 없었으나, 이미지로 생각하니 더 생생히 다가와 참 씁쓸하다. 글로 쓰고나니 오히려 후련하기도 하다. 머리 속으로 그리던 이미지를 글로 쓰니 훨씬 더 구체적으로 기록이 된다. 그리고 같은 날의 일기인데도 다른 사람이 쓴 것 같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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