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13
J에게
당신을 만나기 전,
저는 새장에 갇힌 새와 같았습니다.
과거의 상처와 죄라는 보이지 않는 새장에 갇혀
한 발자국도 밖으로 나가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 당신이 새장의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익숙해져 버린 새장에서
머물려 하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그 새장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기 전까지는 갇혀 있는지도 몰랐었지요.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새장이 없다는 걸 깨달았지만
어디로 가야할지 몰랐습니다.
새장 밖에서 살아본 적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꾸역꾸역 다시 새장을 만들려
나도 모르게 애를 썼습니다.
갇혀 있었던 나 자신이 익숙하고 편안해서요.
익숙하고 편안한 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닌데도 말이지요.
결국 이제 당신은 제가 직접 그 새장을
떠나기를, 부셔버리기를, 원하셨습니다.
오로지 나의 의지로 새장이 없는 삶을
선택하기를 기다리셨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당신의 그 오래 참고 온유한 사랑으로
용기를 내어 봅니다.
그 새장이 얼마나 나를 옳아매고 있었는지
이제는 알았습니다.
이제는 나의 눈이 아니라
새장에 갇힌 나를 보던 당신의 눈으로
나를 바라보려 합니다.
갈 바를 알지 못해도,
길이 보이지 않아도,
“두려워말라, 내가 너와 함께 있다”고
수만번 나에게 말해주신 당신을.
의지하며 오늘 하루를 살아갑니다.
사랑합니다.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