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 삶을 위한 일 년] Day-18

어둠 속에서

by SUN KIM




온 세상이 까맣게 보일 때가 있다. 날아가는 모든 새가 까마귀로 보이고, 세상의 모든 음식이 흑임자떡으로 보일 때 말이다. 아예 빛이 없을 때도 있다. 그럴 때는 내가 눈을 뜬 것인지, 감은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심지어 내가 북쪽을 향해 있는지 남쪽을 향해 있는지 알 수 없다. 까만 어둠 속에서 눈은 보이지 않는 것과 같고, 내가 어디있는 지를 모르는 혼란이 온다.

그 때 가장 유용한 것은 손이다. 촉감으로 나를 느끼는 것이다. 모든 게 어두운 상태에서도 나는 나를 만질 수 있다. 손으로 부드러운 내 얼굴을 만지고, 단단한 내 팔을 만지고, 근육이 뭉친 종아리를 만질 수 있다. 역설적이게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면, 오히려 나 자신을 느낄 수 있다.

보이는 것이 많아 혼란이 올 때는 자신을 오히려 잊을 때가 많다. 보이지 않는 때가 오면 가까스로 자신을 찾고 느끼려 한다. 내가 두 발로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안도가 되며, 팔을 휘저으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찬찬히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제서야 마음이 보인다. 외부의 방향이 보이지 않을 때, 내부의 나침반이 나아가야할 곳을 알려준다. 가만히 나의 내부를 들여다보고, 내 팔과 다리가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방향이 어디인지 관찰해야 한다. 그리고 한 발짝씩 두려워도 내딛어봐야 한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레 걷게 될 것이다.

어둠 속에서 자연스레 걷게 되면, 빛이 들어와 주위를 둘러볼 수 있을 때에도, 흔들리지 않고 걸어나갈 수 있다. 나의 팔과 다리를 믿고 마치 어둠 속에 있을 때처럼 뚜벅 뚜벅 걸어나가야 한다. 이런 어둠을 겪어보지 않고서는 외부의 빛이 얼마나 나를 혼란시켜 왔는지 알지 못한다. 주위 환경때문에 오히려 갈 길을 잃는 것도 알지 못한다. 그래서 어둠이 중요하다.

단, 어둠 속에 있는 동안 나를 느끼고, 믿어야 한다. 그래야 다시 빛으로 나올 수 있다.


2019년 01월 17일 목요일 서울

제목: 어둠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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