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국수와 순대가 준 충만
제 3강. 오피니언 에세이와 여행에세이 쓰기
TIP
접근하기 쉬운 것에서 시작하라
가능한 한 많이 메모하고 대화 내용도 기록하라. 각각의 장소에 푹 젖어 들어야 한다.
당신에게 중요해진 장소에 대해 써라.
자신의 감정과 반응을 포함시켜라.
의미 있는 작은 세부사항에 초점을 맞춰라.
시각적으로 생각하라. 그 장소가 눈에 보여야 한다.
구체적인 내용을 포함시켜라. 정확성이 생명이다.
독자에게 구체적인 이상과 생각을 남겨라.
"독자를 새로운 장소로 이끌고 있음을 기억하라.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당신이 느낀 감정의 정도다. 이것은 타인의 발을 빌려 이루어지는 일종의 '가상여행'이다."
연습문제 4: 15분에 걸쳐 흡입력 있는 이야기로 두 번째 원고를 작성한다. 제목을 붙이도록 하다.
"아가씨, 여기 앉아요."
아침 9시, 나는 광장 시장 간판대 앞에 앉았다. 내 앞에는 살이 통통하게 오른 붉은 족발과 커다른 솥에서 슬슬 데워지는 떡볶이, 동글하고 조그많게 한 입에 들어가는 마약김밥, 오색을 자랑하는 나물들, 그리고 썰지않은 길다란 순대, 저 멀리는 커다란 솥에서 끊는 오뎅이 늘어져 있었다.
인심 좋은 웃음을 머금은 주인 아주머니는 나에게 메뉴를 건냈다. 옆에 앉은 중국인 관광객을 보니, 셋이서 오뎅 한 그릇으로 신중하게 맛을 보고 있었다. 메뉴로 눈을 돌렸다. 처음부터 작정하고 있던 잔치국수가 눈에 띄었다. 그런데 자꾸만 다른 메뉴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통통한 족발 한 접시가 눈앞에서 아른거리고 순대 한 접시가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이젠 내 이성과 호기심이 싸우기 시작했다. 잔치국수 한 사발은 양이 적고, 하나를 더 시키면 많을 많다. 내 이성이 굴복할 건 알았지만, 생각보다 포기가 빨랐다. 이미 호기심이 이겼다. 이젠 족발과 순대의 싸움이었다. 족발은 8000원, 순대는 6000원인데 아무래도 살이 오른 족발의 상태를 보니 순대보다는 양이 많을 것 같았다. 내 호기심은 결정이 빨랐다.
"잔치국수 하나랑 순대 하나 주세요."
주인 아주머니는 웃음을 머금고, 미리 삶아 놓은 국수 한 다발을 커다란 국자에 넣었다. 보글보글 끓는 육수에 들어가자 국수는 마음을 놓았는지 푹 하고 퍼졌다. 그렇게 잔치국수는 1분만에 내 앞으로 나왔다. 우선 국물을 한 모금 떴다. 짭쪼름한 MSG맛과 깊은 육수 맛이 적절히 어울렸다. 내가 원하던 국물이었다. 거래처를 돌아다니다 허기진 나에게는 안성맞춤이었다. 면발은 아무래도 약간 통통하게 부어있었지만, 아주머니가 빠르게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곧 순대가 나왔다. 썰지 않은 상태로 봤을 때는 그리 크기가 큰 줄 몰랐다. 가짜 비닐 껍질이 아닌, 진짜 껍질로 만든 순대였다. 진실된 아이였다. 진짜 껍질 속 달달한 당면은 입 안을 가득히 채워주었다. 입 안이 가득차니 말을 할 수 없었지만, 말을 할 필요가 없이 행복해졌다. 싱싱한 간은 적당히 촉촉했고, 순대만큼 커다란 크기로 썰어져 풍만하게 느껴졌다.
잔치국수 한 입, 순대 한 입, 그렇게 무한 반복이 시작되었다. 소박하면서도 풍족한 식사였다. 잔치국수는 어릴 적 엄마가 해주던 국수를 생각하게 했다. 추억의 맛에 약간의 조미료가 들어간 맛이라고 할까. 순대는 고향인 부산에서 단골이던 분식집의 순대와 맛이 비슷했다. 2주 동안 매일 먹던 순대였다.
이 작은 두 음식이 떠올리게 한 두 기억 덕분에 푸근해졌다. 주위가 따뜻하다고 느껴진 것이 음식 때문인지 기억 때문인지 알 길이 없었다. 푸근한 음식 덕에 허했던 마음이 잠깐 채워졌다. 이래서 소울푸드인 것일까. 그날 나는 배가 아닌 영혼을 채워주는 음식을 먹었다. 그 충만함이 아무래도 조금 오래갈 것 같다. 이젠 광장시장에 영혼을 자주 채우러 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2019년 01월 27일 일요일, 서울 광장시장
제목: 잔치국수와 순대가 준 충만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