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영주를 보고
영화 영주
https://www.youtube.com/watch?v=HnCGlP62YtI
오랜만에 집에서 영화를 결제해서 봤다. 김향기라는 배우가 나온 영화라 궁금증이 더 컸다. 단아한 얼굴에 슬픔이 가득한 눈 그리고 조그마한 소녀 같은 몸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어마어마한 배우다. 영주라는 영화에 대해 전혀 모르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영화는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영주에 대한 이야기다. 부모가 갑자기 죽고 영주와 영주의 동생, 세상에 둘만 남는다. 고모라는 사람은 그나마 살던 집을 뺏으려 하고 동생은 사고를 쳐 감옥에 갈 상황이다. 영주는 동생의 합의금을 구하기 위해 교통사고를 일으켰던 사람을 찾아간다. 부모를 죽인 살인자에게 복수를 하고 싶은 마음으로. 시장에서 작은 두부가게를 하는 범인과 그의 아내에게 접근해 가게에 취직을 한다.
취직을 하면서 돈을 어디에 보관하는지 확인한 영주는 새벽에 가게를 털러 간다. 돈을 훔치는 걸 성공한 순간, 술을 먹고 가게에 인사불성으로 온 살인자가 영주를 보고 울기 시작한다. 그리고 쓰러진다. 영주는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119를 불러 부모의 살인자를 살린다.
살인자의 부인은 영주에게 고맙다며, 돈이 얼마 필요한지 모르지만 괜찮다며 오히려 돈을 건넨다. 영주는 그 모습에 적잖이 놀란다. 그리고 그들 부부에게 식물인간 상태인 아들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자신을 감싸주는 부부의 모습에서 영주는 따뜻함을 느끼고 오히려 그들을 좋아하게 된다.
부인이 준 돈으로 동생의 합의금을 낸 영주는 그 뒤로 더 열심히 가게에서 일한다. 하루하루 밝아지는 영주의 모습이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장면들이 나온다.
그러던 어느 날, 영주의 동생이 그 사실을 알게 되면서 문제가 생긴다. 동생은 어떻게 거기서 일을 할 수 있냐며 그만두라고 소리친다. 그들이 정체를 알고도 그렇게 잘해주겠냐고 질문한다. 영주는 당당히 "그래도 받아줄 거다"라고 얘기하고, 그 길로 부부의 집으로 찾아간다.
사실을 말한 영주. 부부는 큰 충격에 빠진다. 그러다 식물인간인 아들의 방에 숨어있던 영주가 부부의 대화를 엿듣게 된다. 부인은 "이제 그 아이 얼굴을 어떻게 봐요..."라며 흐느껴 운다.
괜찮을 거라 믿었던 영주는 큰 배신감을 느낀다. 그리고 부인에게 받았던 머리핀을 아들의 산소 호읍기 줄에 묶어놓고 그 집을 나온다. 영주는 그 길로 한강 다리에서 뛰어내리려다 울음을 터트린다. 한참을 울다 영주는 일어나 터벅터벅 걸어간다.
영주는 결국 아이였다. 부모의 사랑이 필요한 아이. 비록 자신의 부모를 죽인 사람이지만, 그들의 따뜻함이 영주가 그들을 부모처럼 의지하게 만들었다. 동생에게 "갑자기 죽어버려서 우릴 버린 엄마 아빠보다, 지금 우리한테 더 필요한 사람들이야"라고 소리치는 부분은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흔히 심리학에서는 어린아이에게 부모의 죽음은 죽음이 아니라 버림받은 느낌이라고 말한다. 세상에 버려진 느낌. 그런 영주는 부모를 대신할 사람들이 필요했던 것이다. 자신이 잘 되도록 생각해주는, 따뜻한 밥을 해주는, 아플 때 돌봐주는 부모 말이다.
부부가 영주의 얼굴을 다시 보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대화를 듣는 순간, 영주는 다시 한번 버림받은 느낌이었을 거다. 자신의 존재 가치가 한없이 작아지면서 다리에 뛰어내릴 생각도 한 것일 테다. 어쩌면 복수심에 그 아들의 산호 호흡기를 끄고 싶었을 거다.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에 죄책감을 느낄 영주였다. 대신 영주는 부인에게 받았던 머리끈을 묶어놓는다.
다리에서 울다 일어나 걸어가는 영주의 뒷모습에는 자신을 죽음으로 버린 부모를 용서하고, 그들을 좋아한 자신을 용서하고, 꿋꿋이 살아나가겠다는 용기가 보였다. 그 자그마한 뒷모습이 안쓰럽지만 희망이 있어 보이기도 했다.
이 영화는 '버림'이라는 주제를 다루는 것 같다. 부모의 부재가 자식에게 미치는 영향이 김향기의 섬세한 연기로 잘 그려져 있다. 마지막에 울음을 터트리는 장면과 중간중간 행복한 웃음을 짓는 모습들이 영화가 끝난 다음에도 아련히 가슴에 남았다.
좋은 영화다. 추천할만한.
영화 영주를 보고 단상을 적어보았다.
아마도 영화 매거진에 다시 올릴 듯 하다.
2019년 02월 29일 금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