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 삶을 위한 일 년] Day-56

영화 증인을 보고

by SUN KIM

증인(2018)

주연: 김향기, 정우성

감독: 이한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21408


첫째, 정우성 때문에 보지 않았다.

둘째, 난 김향기 배우를 좋아한다.

셋째, 자폐아 연기가 궁금했다.

넷째, 내가 본 정우성 연기 중 가장 마음에 든다.


영화 증인은 변호사인 정우성이 유일한 목격자인 김향기를 법정에 세우는 과정을 담은 영화다. 아버지가 진 빚 때문에 돈이 필요한 정우성과 자폐아로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김향기. 두 배우의 조화가 새롭다. 김향기 배우는 특유의 편안함과 상대역보다 너무 튀지 않게 연기하는 노련함이 있다. 때문에 상대방이 비교를 당해 연기가 죽어보이는 일이 거의 없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내가 본 정우성의 연기 중 가장 자연스럽고 성숙하다. 배우들의 합이 좋았을 수도 있다. 배려가 넘치는 두 배우가 함께 연기했으니. 이 외에도 연기력이 출중한 배우들이 대거 등장해 영화를 꽉 채우고 있다.

김향기의 배역은 자폐 중에서도 아스퍼거증후군에 가깝다. 뛰어난 두뇌와 부족한 사회성이 특징이다. 배우 김향기는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심지어 사랑스럽게 자폐아를 그려낸다. 내가 본 자폐아 연기 중에 가장 귀엽다고 자부할 수 있다. 섬세한 눈동자와 손가락 연기로 자폐아가 아닌 한 개성있는 아이를 보여준다. 게다가 영화 곳곳에 자폐에 대한 정보들이 숨어져 있어 관객이 자폐에 대해 알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정우성의 배역은 현실의 벽에 부딪혀 맞지 않는 옷을 입으려는 변호사다. 출세의 길만 선택하기엔 정우성의 배역은 너무 정의롭고 소시민적이다. 오래된 여자 친구와 그녀의 딸과 함께 조촐하게 밥 한끼 먹는 걸 행복해하는 변호사가 돈만 보고 달려가는 건 한계가 있다고 본다. 결국 김향기 덕분에 정도로 돌아오는 캐릭터다.

정우성은 김향기가 범인으로 지목한 사람의 변호를 맡는다. 정우성의 궁긍적인 목적은 김향기가 목격한 것이 거짓이거나 사실로 인정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김향기를 본의 아니게 공격해야 한다. 하지만 진실을 알게 된 이후로는 변호사로서가 아니라 법조인으로서 양심을 지키는 선택을 한다.

스포일러가 되지 않으려 두리뭉실하게 설명을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정의에 대한 따듯함을 느낄 수 있는 영화다. 물론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가 없는 일이다. 단지 '잠시나마 그랬으면 좋겠다'라는 로망을 실현해주는 영화다. 현실에서는 김향기의 증언이 증거 효력이 없어지는 게 일반적일 테니까 말이다.

영화는 현실성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기에 나는 이 영화가 가진 다른 매력을 이야기하고 싶다. 이 영화의 신스틸러 중의 한 명은 김향기의 어머니역이다. 극 중에서 어머니는 "전 한 번도 지우가 자폐아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어요. 자폐아가 아니면 지우(김향기)가 아니지요"라는 말을 한다.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드리는 어머니의 자세가 다른 영화들과는 사뭇 다르게 다가왔다. 다른 아이들과 다른 내 아이를 그 아이의 모습대로 받아들이는 부모가 많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표정을 읽지 못하는 아이를 위해 벽 한가득 자신이 직접 표정을 지어가며 찍은 사진을 붙여놓는 엄마의 마음이 영화를 보는 내내 뭉클하게 전해졌다. 나는 이 영화가 주인공의 어머니의 자세를 보는 것만으로도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모두 결함이 있고, 그 결함이 우리의 일부니까.





따뜻한 영화.

2019년 03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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