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일기: 고뇌는 고뇌를 부른다
고뇌가 계속되는 나날이다. 쌀알만 한 고민을 계속 생각하다 보니 어느 순간 밥통만 해진다. 쌀알만 할 때 처리해도 되는 것을 굳이 크기를 키워나가고 있다. 결국은 결정하기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걱정하지 않겠다고 단호히 선을 긋는 것이 이리 어려울 줄이야. 머리로는 알면서도 멈춰지지 않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원래는 이렇지 않았던 것 같다. 걱정보다는 몸을 너무 빨리 움직여서 탈이었으나, 지금은 반대인 것 같다. 정확히 걱정이라기보다는 두려움일까. 지금보다 불투명한 적이 없었기에 그런 것 같다.
아, 기억을 더듬어 보니 한 번 있었다. 한국에 막 돌아왔을 때의 막막함. 그때가 그랬다.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전혀 알 수가 없었던 때가 있었다. 우연히 일을 시작하고는 그 뒤로는 멈추지 않고 달려왔던 것 같다. 그러다 현재, 다시 그 상태가 왔다. 내가 해 온 경험들과 쌓아온 시간들이 헛되지 않도록 좋은 선택을 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 큰 나머지 결정하기가 두려운 것 같다. 그렇게 고뇌는 계속된다.
누군가는 그만 고민하고 선택을 하라고 한다. 선택과 집중이 살 길이라 한다. 그 말이 맞다. 단지 전제가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택을 일단 하면 아마 나는 뒤돌아보지 않을 것이다. 단지 되돌아보고 싶지 않을 정도로 단단한 선택을 하고 싶을 뿐.
고뇌가 답을 주지는 않지만, 그 과정에서 나를 알게 해주는 것은 맞는 것 같다. 내가 왜 그리 주저하는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아주 조금씩 알려준다. 한 번에 알면 좋겠지만 역시 그건 불가능하다. 내가 겁이 이리 많은 사람인 줄 처음 알게 되는 요즘이다. 그래서 겸손해지기도 한다. 나는 겁이 없다고 착각하며 살았던 것이다.
고뇌는 고뇌를 부른다. 그 고뇌 끝에 답이 나온다면, 좋겠지만 확신이 없다. 그러니 고뇌를 멈출 줄도 알아야 한다. 햇빛을 받고 숨을 들이쉬고 잠시 멈춰보자. 머리를 멈추면 가슴이 답을 해줄지도 모르는 일이니.
2019년 03월 17일 일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