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 삶을 위한 일 년] Day-69

10분 일기: 장례식장

by SUN KIM


친구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오늘이 발인이다. 소식을 들은 날은 몇 개월 만에 늦잠을 잔 날이었다. 잠을 통 자지 못하는 나날이기에 오랜만에 가뿐한 기분이 들던 차였다.

잠시 뒹굴거리고 있을 때 친구에게서 카톡이 왔다. 돌아가셨다는 내용과 장례식장의 정보가 적혀 있었다. 순간 멍해졌다. 아마도 내 기분과 괴리감이 컸기 때문일 거다.

그날따라 날씨는 화창했고, 아침부터 새는 지저귀고 있었고 바람은 적당히 신선했다. 창 밖을 보니 파란 하늘이 야속할 정도로 평화로웠다.


나에겐 이리 평범한 날이 친구에겐 아버지의 기일이 되었구나.


분명 엄마의 기일도 다른 사람에겐 그랬을 터였다. 누군가에겐 좋은 일이 있어 기쁜 날이었을 것이고, 누군가에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지루한 날이었을지도 모른다. 엄마의 소식은 지인들의 하루에 불쑥 불청객처럼 고개를 내밀었을 거다. 검은 불청객에 어떤 사람은 당황하기도 어떤 사람은 진심으로 슬퍼했을 것이다.

사람은 각자의 시간을 산다고 했던가. 근래에 지인이나 친구들의 부모님 타계 소식을 가끔 듣는다. 이미 한 번을 먼저 겪은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고 여겨질 만큼 그들이 안쓰럽다. 어떤 마음으로 이제부터 살아갈지를 알아서일까.

장례식 기간에는 정신도 없고 사람도 많아서 오히려 웃을 수 있다. 아무래도 찾아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너무 무겁게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반, 잠깐이라도 현실을 부정하고 싶어 회피하고자 하는 무의식이 반이다. 자발작이든 의무적이든 장례기간이 끝나면 웃을 일은 없어진다.

장례식이 끝나면 현실 속에서 빈자리와 삶의 흔적들을 마주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이전보다 죽음은 훨씬 가까이에서 느껴질 것이고, 그 느낌은 삶의 곳곳에서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나의 경우는 장기 계획을 세우지 않는 걸로 그 영향이 나타났다. 장기 계획이 두렵다기보다는 허무하게 느껴지는 편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갔다. 슬픔에 심리적인 에너지를 쓰니 현재를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벅찼을 거라 생각한다.

장례 후 충분한 애도 기간을 거치지 못하면 정서적인 후폭풍은 더욱 거세어진다. 비탈길에 구르기 시작한 눈덩이처럼 나도 모르게 그 무게에 짓눌려 버린다. 나는 장례식 직후 졸업을 위해 바로 학기를 마쳐야 했다..

난 당시 충분히 슬퍼하지 못했고 마음에 구멍이 뚫린 채로 학업을 마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그 후유증은 꽤 오래 지속되었다. 질적으로 양적으로 충분한 애도는 매우 중요하다. 그 어떤 것도 위로가 되지 않지만 친구가 잘 견디며 충분히 애도하기를 기도할 뿐이다.

날씨는 계속 화창하고 세상은 아무 일 없이 돌아가고 친구는 배가 고파올 거다. 자신에게 커다란 산 같은 존재가 사라졌어도 세상에 아무 일이 없음에 아파하지 않기를 바란다. 친구의 아버진 친구의 세상에서 기억되고 살아있길 바라실테니.





2019년 04월 21일 일요일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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