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커피 한 잔의 온도[13화]

13화. 아버지의 병실

by 선비천사

13화. 아버지의 병실


[아버지의 병실 — 해주가 울음을 참으며 아버지 이야기를 한 직후]


선호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

“힘드시겠어요”라고 하기엔 너무 가볍고, “괜찮아질 거예요”라고 하기엔 거짓말 같았다.

그래서 그냥 들었다.

해주가 말을 이어갔다.

“한 달 전에 갑자기 악화되셨어요. 저를 못 알아보시더라고요. 평생 키워주신 딸을… 낯선 사람 보듯…”

해주의 목소리가 떨렸다. 손에 쥔 김밥 끝자락이 부서졌다.

“그래서 도서관에 못 나왔어요. 아버지 곁에 있어야 했거든요. 의사 선생님이… 앞으로 더 나빠질 수 있대요. 언제 완전히 저를 잊으실지 모른대요. 하루라도 더, 아버지가 저를 기억하실 때 곁에 있고 싶었어요.”

말끝이 흐려졌다.

햇살이 비스듬히 내려앉았다. 해주의 눈가에 물기가 맺혀 있었다. 울고 싶은데 참고 있는 얼굴.

선호는 잠시 망설였다.

손을 뻗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머릿속에서 수십 가지 생각이 스쳤다. 이러면 이상하지 않을까. 부담스럽지 않을까. 경계가 무너지면 다시 돌아갈 수 없다.

그런데도.

손이 먼저 움직였다.

해주의 손등 위에 자기 손을 얹었다.

차가웠다.

그녀의 손이. 마치 오랫동안 혼자 차가운 곳에 있었던 것처럼.

선호는 손에 살짝 힘을 줬다.

괜찮다고.

혼자가 아니라고.

말 대신 전하고 싶었다.

해주가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쳤다.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눈물이 고여서가 아니었다. 뭔가를 참고 있어서였다.

“선호 씨?”

그 한마디가 물음이 아니라 고마움처럼 들렸다.

선호는 대답 대신 손에 조금 더 힘을 줬다.

해주의 입술이 떨렸다.

그리고 눈물이 흘렀다.

소리 없이. 볼을 타고.

“고마워요.”

작은 목소리였다. 바람에 묻힐 것 같은.

“잘하고 계신 거예요.”

선호가 말했다.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아버지 곁에 있어주시는 것. 도서관 나올 시간에 병원 가시는 것. 그러면서도 임용고사 포기 안 하시는 것. 다 잘하고 계세요.”

해주가 웃었다. 울면서 웃는, 이상한 얼굴이었다.

선호는 그 얼굴을 보며 생각했다.

이 사람을 지켜주고 싶다.

이 손을 놓고 싶지 않다.

처음으로,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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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커피 한 잔의 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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