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커피 한 잔의 온도[14화]

14화. 강화도의 겨울

by 선비천사

14화. 강화도의 겨울


다음 날 점심.

오늘은 선호가 김밥을 샀다.

편의점 김밥이었지만, 그래도 둘이 나눠 먹으니 맛있었다.

“선호 씨는 어디 출신이에요?”

해주가 물었다.

“강화도요.”

“강화도? 바다 있는 데?”

“네. 작은 마을이에요. 바닷바람이 세게 불고, 겨울엔 진짜 추워요.”

선호는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겨울에 바닷가 가면 모래바람이 얼굴에 박혀요. 아파서 눈을 못 뜨겠는데, 어머니가 손수건으로 제 얼굴을 감싸주셨어요.”

“어머니가요?”

“네. 돌아가셨어요. 제가 고등학교 때.”

“…”

“아버지는 아직 강화도에 계세요. 혼자.”

해주가 조용히 들었다.

선호가 계속 말했다.

“대학 합격했을 때, 동네 어른들이 모여서 잔치를 열었어요. 우리 마을에서 서울에 있는 대학 간 게 몇 년 만이냐면서. 아버지가 그날 처음으로 우시는 걸 봤어요.”

“…”

“그 기대가 무거웠어요. 첫 직장 들어갔을 때도, 퇴사했을 때도, 다시 공부 시작했을 때도. 아버지 얼굴이 떠올랐어요.”

선호는 쓴웃음을 지었다.

“실망시키면 안 되는데, 자꾸 실망시키는 것 같아서.”

해주가 선호의 손을 잡았다.

“안 그래요.”

“네?”

“선호 씨, 포기 안 했잖아요. 퇴사하고 주저앉을 수도 있었는데, 다시 공부 시작했잖아요. 그게 얼마나 힘든 건지 저는 알아요.”

선호는 해주를 바라봤다.

“저도 포기하고 싶을 때 많았어요. 임용고사 준비하면서, 아버지 간호하면서. 다 그만두고 싶었어요.”

해주가 선호의 손을 꽉 쥐었다.

“그런데 버텼잖아요. 선호 씨도, 저도. 그게 중요한 거예요.”

선호는 목이 메었다.

“고마워요.”

“뭐가요?”

“그렇게 말해줘서. 저한테 그런 말 해주는 사람 없었어요.”

해주가 미소 지었다.

“앞으로 많이 해줄게요.”

선호의 심장이 뛰었다.

앞으로.

그 말이 좋았다.

앞으로가 있다는 게.

둘의 앞으로가.



*15화 이어서 보기

캔커피 한 잔의 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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