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캔커피의 이유
커피가 식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둘 다 일어날 생각이 없었다.
“처음에 캔커피 봤을 때, 진짜 놀랐어요.”
선호가 말했다.
“누가 둔 건지 모르겠고, 먹어도 되나 싶고.”
“안 드실까 봐 걱정했어요.”
해주가 웃었다.
“첫날은 그냥 두고 갔거든요. 다음 날 봤더니 없어져서, 아 드셨구나, 싶었죠.”
“가방에 넣어서 집에서 마셨어요.”
“알아요.”
“네?”
“보고 있었으니까요.”
선호는 얼굴이 또 빨개졌다. 보고 있었어? 나를?
“저만 힐끔거린 게 아니었네요.”
“그러게요.”
해주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저도 꽤 힐끔거렸어요.”
선호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 사람도 나를 봤구나. 나를 신경 썼구나.
“왜 캔커피였어요?”
선호가 물었다.
“다른 것도 있잖아요. 초콜릿이라든가, 과자라든가.”
해주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캔커피가 딱이었어요.”
“딱이요?”
“네. 말없이 건네기 좋잖아요. 음료는 누가 줘도 이상하지 않고. 그리고…”
해주가 캔커피를 든 척 손짓을 했다.
“차가운 캔을 손에 쥐면, 누군가 생각난다고 하잖아요.”
“그래요?”
“제 생각이에요. 뜨거운 건 금방 식잖아요. 하지만 차가운 건… 천천히 온기를 받아요. 손에서.”
해주가 선호를 봤다.
“선호 씨가 캔커피를 들 때마다, 제 마음이 전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선호는 말을 잃었다. 이런 마음으로. 매번 올려뒀던 거구나.
“전해졌어요.”
겨우 말했다.
“매 번요. 캔커피 볼 때마다, 누군가 저를 생각해 준다는 게 느껴졌어요. 그게… 정말 힘이 됐어요.”
해주가 미소 지었다. 눈가가 촉촉해 보였다.
“다행이에요.”
“저도요.”
선호가 말했다.
“해주 씨 덕분에 버틸 수 있었어요. 진짜로.”
둘 사이에 따뜻한 침묵이 흘렀다.
창밖으로 햇살이 들어왔다. 2월의 차가운 햇살이었지만, 지금은 따뜻하게 느껴졌다.
“선호 씨.”
해주가 말했다.
“네.”
“앞으로도 도서관 나오실 거죠?”
“네, 당연히요.”
“그럼…”
해주가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귀가 다시 빨개졌다.
“같이 점심 먹어도 될까요? 가끔요.”
선호의 심장이 뛰었다. 같이? 점심을?
“네.”
대답이 너무 빨리 나왔다.
“네, 좋아요. 가끔이 아니라 매일이라도요.”
해주가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쳤다. 둘 다 웃었다.
*13화 이어서 보기
이 글의 행간에 다 담지 못한 더 많은 그림과 소박한 기록들은 저의 개인 블로그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언제든 편히 들러주세요.